강원 피해면적 200㏊ '축구장 280배'…수확 앞두고 한숨
"배추농사 35년 만에 이런 더위와 가뭄은 처음입니다.", "이게 웬 물난리인지 한숨만 나옵니다.", "그저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는 처지입니다."
한 달 새 강원지역 농민들은 야속한 하늘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7월부터 몰아친 폭염에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기습폭우에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가뭄에 물이 없어 말라가는 농작물을 하릴없이 바라만 봐야 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몰아쳤다.
이달 1일 홍천의 수은주는 41도까지 치솟으며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폭염 기록을 새로 썼다.
이밖에 도내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 극값 기록이 새로 쓰였다.
기록적인 폭염은 해발 1천m가 넘는 고랭지 배추밭까지 덮쳤다.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강릉 안반데기 배추마저 녹색 빛을 잃었다.
폭염이 정점을 찍고 기세가 꺾이는 듯했던 지난 6일, 절기상 입추 전날이었던 이날 동해안에는 때아닌 물난리가 났다.
불과 하룻밤 사이 300㎜에 가까운 비가 내리면서 주택과 도로는 물론 농경지까지 곳곳이 물바다로 돌변했다.
특히 이날 새벽 강릉에는 시간당 93㎜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당시 시간당 100.5㎜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예상치 못한 기습폭우에 농민들은 "다 망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2일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109.9㏊다.
특작물 피해가 53.5㏊로 가장 많고, 채소 47.7㏊, 전작물 7.2㏊, 과수 1.5㏊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6일 기습폭우에 의한 농경지 침수피해는 90.2㏊다.
강릉 59.4㏊, 속초 15.8㏊, 고성 15㏊ 등 피해가 발생했다.
폭염과 침수피해 면적을 합하면 200.1㏊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290㏊)의 3분의 2를 넘고, 축구장(0.714㏊)과 비교하면 280배가 넘는다.
여기에 입추를 지나 가을 수확을 앞두고 영서 내륙에는 강수량까지 부족해 농작물 생육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9일 찾은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율무밭은 메마른 황무지나 다름없이 변해 있었다.
화천지역의 지난달 강수량은 219㎜로, 지난해 511.5㎜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변 계곡 상류는 수원이 말라 자갈돌만 남았고, 작물보다 모래가 풀풀 날리는 흙먼지로 가득했다.
농사에 쓸 지하수도 고갈 위기에 처하자 농민 가슴은 그야말로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상황이다.
한 농민은 "지독한 가뭄에 관정을 파고 3∼4일간 물을 끌어 썼더니 물의 양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얼마 가지 않아 지하수까지 고갈될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벌써 화천에서만 사과 3.7㏊, 고추 3.2㏊, 들깨 9.6㏊, 콩 2.4㏊, 인삼 2.3㏊가 피해를 봤다.
앞으로 비 소식이 없다면 피해는 더 커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에 화천군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식수와 농작물을 지켜내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강원도는 폭염과 폭우 피해 주민들을 위해 지방세 납부기한연장과 징수유예 등 지방세 지원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과 징수유예 내용을 지자체에 전달하고, 피해 주민들이 지방세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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