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7시 말기 간경화 환자 전모(58ㆍ여)씨가 아들 김모(25)씨의 간 일부를 이식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서관 3층 수술장 수술대에 누웠다. 이승규(69) 간이식ㆍ간담도외과 교수팀은 이날 오후 8시경 12시간 걸린 수술에 성공했다.
이 수술은 병원에서 진행한 5,000번째 생체 간 이식수술이다. 뇌사자가 아닌 산 사람의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5,000건 넘게 한 병원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4년 처음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간염 환자가 많지만 뇌사자 기증이 적어 이식 가능한 환자가 적은 한국에서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기증조건이 맞지 않는 환자에게는 이조차 남의 얘기였다. 이 교수는 이들을 위해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고안했고, 2000년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은 두 명의 기증자 간을 절제한 뒤 수혜자에게 이식해야 해 세 명의 수술을 동시에 시행한다. 동시에 세 명을 수술하기 위해서는 외과 의사만 12명이 필요하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3명, 수술방 간호사 12~15명, 회복실 간호사 6명 등 30명 넘는 의료진이 이 수술에 매달려야 한다.
고난도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은 15~16시간이 걸린다. 어려운 수술은 24시간 넘게 진행해야 한다. 2대1 생체간이식이 간이식 전공 의사들에게 꿈의 수술로 불리는 이유다.
서울아산병원은 세계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의 95% 이상을 맡고 있다.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 해외 곳곳에서 환자가 꾸준히 병원을 찾고 있다. 전체 생체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97%에 이른다.
5,500명 넘는 간 기증자는 모두 건강하게 살고 있다.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해외에서 병원을 찾는 의료진도 늘고 있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중국 홍콩 등 최근 3년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을 찾아온 해외 의료진만 1,500명이 넘는다.
서울아산병원은 뇌사자 기증 간이식 수술도 1,023건 했다. 1992년 첫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6,000여명 말기 간질환 환자의 목숨을 구했다.
이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의료계에서 ‘생체 간이식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 및 전 세계 간이식 발전을 선도하며 세계 간질환 치료의 4차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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