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승용차의 잇따른 화재사건으로 디젤차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고 있다. 디젤차는 독일 완성차 업체의 대표작이었으나, 폭스바겐 사태로 미세먼지 주범으로 낙인 찍히고 이젠 안전성마저 신뢰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경제성 좋은 대체 차량까지 등장하고 있어 디젤차 선택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 브랜드 승용차는 77만6,7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2.3%) 감소했다. 전체 판매 차량 중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36.2%→36.1%’로 줄었다.
디젤차 점유율은 2015년 정점(44.7%)을 찍은 후 지난해 35.5%까지 떨어진 상태다.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2015년 폭스바겐 사태 이후로 자동차 판매 흐름이 변화한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업체도 독일산 디젤차 열풍을 타고 2014년부터 디젤엔진을 부착한 세단 출시에 집중하며 판매에 주력했다”며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이미지 탓에 세단 모델은 디젤 선택이 급감했지만, 큰 힘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디젤을 원하는 소비층이 많아 전체적인 디젤차 판매량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약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4만2,432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대비 11.7% 늘었다. 점유율도 전년 동기보다 0.7%포인트 증가한 5.5%를 기록했다. 가솔린 엔진이 중심이었던 승용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엔진이 다양한 현대차 그랜저는 올해 7월까지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1만4,033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는 이런 흐름을 타고 그랜저 디젤 등 일부 디젤 차량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그랜저 디젤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 중 6%에 불과했다”며 “소비층이 연비가 우수한 하이브리드차로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층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전기차는 1만1,847대로, 전년 동기(5,045대)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400㎞ 넘는 모델이 등장하고, 배터리도 업체 대부분이 평생 무제한 보증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내연 기관에 뒤지지 않을 만큼 기술적 보완이 이뤄진 결과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디젤차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 만큼,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는 경제성, 성능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라며 “각 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디젤차 제작 기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던 업체들은 디젤차 생산을 줄이고 친환경차로 라인업을 변경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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