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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겉으론 “한국 정부 신뢰”… 속내는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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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겉으론 “한국 정부 신뢰”… 속내는 ‘불편’

입력
2018.08.10 18:25
수정
2018.08.11 00: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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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 한국 반입 관련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가능성

부정하지 않은채 유보적 태도

의회ㆍ언론 “밀수해도 믿겠냐”

문재인 정부에 회의적 시각 늘어

9일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영상 캡처
9일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국 국무부가 9일(현지시간)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반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관련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표면적으로는 한미 공조를 강조했지만,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양국의 시각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미 의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날 미 국무부가 공개한 언론브리핑 녹취 자료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를 불신하는 듯한 한 매체 기자의 집요한 추궁이 이어졌다. 한국 기업의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인가”라고 묻자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 정부와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해 왔다. 내가 알기론 그들(한국)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든 나라가 제재를 유지하고, 제재를 우회하지 않고 확실히 지키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딱 부러지지 않은 답변에 더 거친 질문이 쏟아졌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를 신뢰한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한국이) 동맹이지만, 미국 뒤에서 밀수 같은 짓을 한다면 그들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등의 물음에도 나워트 대변인은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물론 동양계였던 해당 기자가 어느 매체 소속인지, 미국 국적인지는 불확실해 이를 ‘미국 언론’의 지배적인 시각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현지 분위기의 한 단면을 가늠해 볼 순 있는 대목이다.

나워트 대번인은 결국 “현재로서는 더 이상 내놓을 입장이 없다”며 이번 사태에 연루된 한국 기업에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가할지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 등 미 의회에선 동맹국인 한국의 기업이라도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성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보도에서 “북한이 김정은 정권에 필요한 재정적 생명줄을 제공할 수 있는 원자재 환적을 통해서 어떻게 제재를 피하려 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망에 균열이 생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미국의 부정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국무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의 800만달러 대북 지원에 대해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또는 외교적 압박을 덜어주는 건 비핵화 목표 달성 가능성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대북 인도주의 사업에 800만달러를 공여키로 결정했다가 북한 도발로 집행을 미뤄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지침 채택으로 지원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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