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말9초 무르익은 남북정상회담
13일 고위급 회담서 시기 조율
비핵화ㆍ종전선언 돌파구 찾기
文대통령 ‘北 설득’ 여부 주목
가을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북한의 제의로 정상회담을 논의할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가 결정되면서 정상회담 시기, 장소, 의제 등을 둘러싼 손익 계산도 활발하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 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다시 굴러가게 할 동력을 남북 정상의 담판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가을에 한다’라고 하는 지난 4ㆍ27 정상회담의 결과가 기본이고,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는 것은 (남북) 양측이 다들 자기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13일에 모여서 (남북 대표가) 한 번 생각들을 내놓고 이야기하면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장소 문제도 “일단 판문점 선언의 합의 내용이 평양이니까 평양을 기본으로 하되, 그렇다고 평양에서만 국한된다 그렇게 확정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단 4ㆍ27 1차 정상회담 일정은 3월 29일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됐다. 의전ㆍ경호 준비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서울, 평양이 아닌 판문점으로 장소를 정하면서도 한 달 가까운 시간 여유를 둬야 했다. 13일 3차 정상회담 일정에 합의를 한다고 해도 애초 약속대로 평양에서 개최하려면 최소 한 달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다면 3차 회담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ㆍ9절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5ㆍ26 2차 정상회담처럼 약식으로 진행하려 한다면 8월 말이라도 판문점 원포인트 정상회담 개최는 가능해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측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시기,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 정상의 만남 그 자체다. 북미 정상회담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까지 이뤄졌지만, 비핵화ㆍ6ㆍ25전쟁 종전선언 실무 협상에 막혀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8월 초 북미 정상의 친서 교환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북부지역 민생 현장 시찰 등 경제 챙기기에 힘을 쏟지만 북한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여서 더 이상 협상을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 후 한반도 평화 ‘촉진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싱가포르 방문 당시 “북한이 비핵화 이행 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면 김 위원장의 9월 하순 미국 뉴욕 유엔총회 국제무대 데뷔, 2차 북미 정상회담, 남ㆍ북ㆍ미ㆍ중 4자 종전선언 등의 낙관적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도 있다. 관건은 북한의 핵물질ㆍ무기 신고ㆍ사찰 절차 돌입과 대북제재 부분 해제 및 종전 절차에 따른 북미관계 개선 맞바꾸기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전 미국과 충분히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진일보한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고 한국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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