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이 이번에는 터키발(發)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려 당분간 강(强) 달러 현상이 지속될 거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7원 오른 1,128.9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됐던 지난달 24일(1,135.2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 상승폭은 6월15일(14.6원 급등) 이후 가장 컸다.
이날 달러 강세를 유발한 것은 일부 유로존 은행의 터키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커졌다는 경고가 나오면서다. 터키에 진출해 있는 유럽 대형 은행들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면서 유로화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터키 리라화 가치도 전일 대비 6% 넘게 하락했다. 이날 유로ㆍ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0.62% 하락한 1.145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월13일 이후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 러시아간 무역분쟁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이날 미 국무부가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 독살 혐의를 비난하며 22일부터 안보 관련 품목과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루블화도 전일 대비 0.16% 하락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제재 수위에 따라 당분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며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신흥국의 불확실성 고조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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