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을 나타내는 심전도 그래프, 그 선의 위쪽에는 ‘KOREA FIRE FIGHTER’(대한민국 소방관), 아래쪽에는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문신을 왼쪽 가슴에 새겨 넣은 소방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다. 서른네 살, 4년차 소방관은 왜 이런 문신을 했을까.
임경훈 세종소방서 소방교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혹시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정신 없는 상황에서 (장기기증) 절차도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심장 부근에 문신을 새겼다. 24시간 안에 기증 절차가 이뤄지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장기기증 서약서를 찾고 확인 절차를 거치면서 시간이 늦어지면 이식할 수 있는 장기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 누가 봐도 명확하게 심장 부위에 문신을 했다는 것이다.
임 소방교는 이미 2010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장기기증을 신청했다. 이번에 문신을 한 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신은 없을까 고민했고, (장기나 조직) 기증자가 없어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내가 달가워할 리 없었다. 그는 “왼쪽 가슴에는 장기 기증 문신을 새기고, 오른팔에는 결혼기념일을 새겼다”고 말했다.
임 소방교의 문신은 임씨의 가슴에 문신을 해준 타투이스트가 지난달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직 소방관이신 손님이 받은 타투’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내용은 SNS로 공유되면서 화제가 됐고, 네티즌들은 ‘눈물 나는 사진’이라며 ‘소방관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는 댓글을 남겼다. 임 소방교는 “화제가 될 줄 전혀 예상을 못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돼 기증자가 늘어나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소방교는 “그 동안 구조했던 분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누구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구조했던 사람들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순간 뿌듯했던 기분만 있었다. 그런데 제가 못 구했던 사람들은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그는 “소방관들도 사람인지라 (화재)현장에서 두려울 때도 있는데 항상 동료들이 같이 있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내비쳤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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