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부 관리, 트럼프 의지 역행
우리 걸고 들며 제재 소동 혈안”
9ㆍ9절 임박하자 압박 수위 상향
정권 수립 70주년(9월 9일)을 딱 한 달 앞둔 북한이 협상 국면에 대북 제재망을 더 단단히 조이고 있는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체제 결속에 중요한 기념일이 임박했는데도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지자 미국의 전향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의 수위를 상향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9일 밤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하여 일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조선(대북) 제재 압박 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미(북미)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의 두터운 장벽을 허물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에 미국은 국제적인 대조선 제재 압박을 고취하는 것으로 대답하였다”고 질책하면서다.
담화는 북한이 자신들이 지난해 말부터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 ‘대범한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은 북핵 관련 ‘모략 자료’들을 꾸며내 대북 제재 강화의 명분을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담화는 “(이런 미측 태도 탓에) 그 무슨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삶은 닭알에서 병아리가 까 나오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꼬며 “비핵화를 포함한 조미 수뇌회담(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에서 그 어떤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어렵게 마련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안정의 기류가 지속될 수 있다는 담보도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을 접고 싶지는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담화는 “조미 수뇌 분들의 뜻을 받들어 조미 사이에 신뢰를 쌓아가면서 조미 수뇌회담 공동성명을 단계적으로 성실히 이행해 나가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은 이제라도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에 상응하게 화답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신뢰 조성을 위해 동시 행동에 나서라’는 대미 요구를 강조하는 한편, 최근 새삼 대북 강경 압박을 강조하고 있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 미 정부 ‘매파’들의 태도를 질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는 선을 그어 전체 비난 수위는 조절한 셈이다.
이날 낮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13일 판문점에서 열자고 선제 제의한 일도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의도인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최근 외국산 스포츠 장비의 북한 반입이 미국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로막힌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외신들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은 우리나라의 체육 분야에 대한 국제기구들의 협조까지 막아 나섰다”고 성토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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