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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가격 폭락 “정부는 염소 수매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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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가격 폭락 “정부는 염소 수매에 나서라!”

입력
2018.08.09 17:15
수정
2018.08.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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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주FTA 이후 염소 가격 폭락

폐업지원정책으로 폐업 농가 늘어난 것이 원인

싼 염소 늘어나 더 이상 판매 안돼

사료값도 못 내 600마리 죽어 나가기도

[저작권 한국일보]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염소농가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염소들을 데리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염소농가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염소들을 데리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염소가격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습니다.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전국 각지에서 모인 염소사육농가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에 ‘염소 긴급 수매(收買ㆍ농축산물을 사들이는 것)’를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ㆍ호주자유무역협정(FTA)으로 만들어진 ‘지원정책’이 오히려 염소농가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염소농가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염소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정부가 20억~30억원 규모로만 사들여줘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태봉 비대위 위원장은 “㎏당 1만4,000원이던 염소가격이 2014년 12월 한국ㆍ호주FTA 체결로 염소 시장이 개방된 이후 폭락해 지금은 4,000~5,000원선”이라며 “이제는 이 가격으로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실제 싼 가격의 염소가 넘치다 보니 염소를 사려는 이들이 확 줄어 농가는 사지에 몰린 상황이다. 전남 담양군에서 왔다는 김치성(52)씨는 “염소를 키워도 내다 팔 수가 없으니 사료값도 못 벌고 있다”며 “엄마 염소에게 사료를 먹이지 못해 젖이 안 나와 최근에 새끼 염소 600마리가 죽었다”고 한숨 쉬었다. 경북 예천군에서 왔다는 강모(56)씨는 “㎏당 적어도 8,000원은 돼야 사료도 사고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염소가격 폭락과 유통이 꽉 막힌 원인으로 ‘FTA 폐업지원제’를 꼽는다. 이는 FTA로 사육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축산 품목에 대해 폐업을 희망할 경우, 순수익 3년치를 한 번에 지급하는 제도다. 안 위원장은 “폐업으로 인한 손해를 메워주기 위한 제도 탓에 오히려 폐업 희망자가 늘어 염소 물량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가격이 뚝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2월까지인 폐업기간을 내년 10월까지 늘려 당장 염소 출하량을 조절해보려 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안 위원장은 “폐업하려는 사람이 빨리 팔려고 하지 기다렸다 팔지 않는다”며 “기간을 늘려도 홍수 출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정부 차원의 긴급 수매 실시를 포함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등 필요한 조치는 모두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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