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독재 정권서 고문 피해
망명 후 귀국해 정치인의 길 걸어
군부 독재시절 고문 피해자였던 미첼 바첼레트(66) 전 칠레 대통령이 유엔의 인권 관련 업무와 활동을 총괄하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에 지명됐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총회에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인권최고대표 지명을)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이달 말 퇴임하는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후임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하크 대변인이 공식 성명을 내고 이를 확인한 것이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유엔총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이달 말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후임을 맡을 예정이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2006~2010년 칠레의 첫 여성대통령을 지냈고,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도 대통령 직을 수행했다. 대통령 임기 동안 증세를 통한 복지정책, 낙태 일부 허용, 동성결혼 공식 허용 등의 정책을 펼쳤다. 이와 함께 온화한 스타일, 꾸준한 경제성장으로 칠레 국민의 인기를 얻었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과거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의 고문 피해자이기도 하다. 공군 장성이었던 부친은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의 전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훗날 피노체트 쿠데타 과정에서 고문을 당하다 옥사했다.
당시 의대생이었던 바첼레트 전 대통령 역시 피노체트 정권에 붙잡혀 고문을 받았고, 이후 한동안 망명 생활을 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정치탄압으로 의사 활동을 하지 못하자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편 퇴임을 앞둔 자이드 대표는 재임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지구촌의 ‘스트롱맨’ 지도자들을 거침없이 비판해 주목 받았다. 자이드 대표는 이달 초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연임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요르단 왕자인 그는 요르단 유엔대표부 대사와 주미 요르단 대사를 지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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