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람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열흘 간 의료활동 마치고 귀국
“그래도 한번은 붙잡을 줄 알았어요.”
결혼식을 20여일 앞두고 있던 지난달 말, 라오스에서 댐이 무너지면서 수백명이 실종되고 수천 명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국립중앙의료원 조아람(36) 간호사는 반사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코 앞에 닥친 자신의 결혼식(19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예비 남편(41)의 반응이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었다. “결혼식 전에는 오는 거지? 잘 다녀와.” 그것도 그럴 것이 2013년 필리핀, 2014년 스리랑카, 2015년 네팔 등 수해, 지진 재해가 있는 곳이면 제일 먼저 달려가던 그였다.
조 간호사는 “선발대로 들어간 뒤, 구호대 2진에 바통터치하고 귀국해 제 날짜에 결혼식을 치를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도 “엄마 아빠가 모두 물에 쓸려가고 할머니랑 병원을 찾은 아이 등 라오스 수재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피해 지원을 위해 지난달 29일 라오스 현지에 파견됐던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약 열흘간의 ‘작전’을 마쳤다. 이들은 또 구호대 2진에게 현장을 인수 인계하고 9일 20명 전원이 귀국했다. 방역 요원들까지 포함된 22명 규모의 2진 구호대는 7일부터 현지에 투입됐다.
20명 규모의 1진 구호팀은 의사 1명에 간호사와 통역 등 지원인력 3,4명이 팀을 이뤄 내과, 소아과, 응급의료과, 이비인후과 등 4개 분야에서 진료 활동을 펼쳤다. 귀국 직전 현지에서 만난 노동환(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의료팀장은 “처음 100명 안팎이던 1일 진료자 수가 현장 접근 도로 여건이 개선되고 요원들이 현지에 적응하면서 후반부에는 2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현지 종합병원에서 비슷한 규모의 의료인력이 돌본 환자가 100여명에 불과했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활약이다.
한국 의료팀의 활동에 감탄한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이 추가 지원 요청을 했을 정도. 노 팀장은 “중국, 태국보다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며 “하지만 점심시간 10~30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오롯이 환자 진료에 쓴 대원들 덕분에 한국팀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국과 중국 의료팀보다 늦긴 했지만, 이번 구호인력 투입은 이례적인 수준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정부의 파견 방침이 선 뒤 만 사흘도 안돼 구호대가 현지에 도착, 활동을 개시했다. 사고가 난 댐이 한국 기업이 공사를 맡았고, 한국 정부 세금이 투입돼 진행된 시작된 사업(공적개발원조)이라는 점들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조 간호사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해를 가할지 모르니 조심해서 다니라는 말을 출발 전에 많이 듣고 와서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지에서 활동하는 동안 한국 기업, 한국을 원망하는 경우는 한 차례도 접하지 못했다. 괜한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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