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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버지들의 빅 픽처

입력
2018.08.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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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에 도전 중인 영화 '신과 함께 2'에서 염라로 나오는 배우 이정재 (위), 강림으로 나오는 배우 하정우(아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000만 관객에 도전 중인 영화 '신과 함께 2'에서 염라로 나오는 배우 이정재 (위), 강림으로 나오는 배우 하정우(아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신과 함께2’를 봤다. 1편에 이어 2편도 1,000만 관객을 넘길 것 같다니 궁금했다. 흉기, 총, 욕, 마약이 난무하는 거대 음모론 같은 게 아니라서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1편을 2편 도입부로 보이게 할 만큼 드라마가 보강됐고,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의 힘은 여전했다. 하지만 영화를 힘차게 굴려야 할 서사와 디테일은 민망했다. 저승에서 진행되는, 유머로 포장했으나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지는 7개의 재판 과정을 보노라면 진짜 지옥은 ‘천륜’ ‘나태’ 같은 게 아니라 ‘재판’ 그 자체 같다.

▦ 더 놀란 건 영화 맨 마지막 ‘사실 내가 그 애 아빠였어’라는 설정이다. 누가 누구의 아버지인지는 예의상 밝히지 않겠다. “내가 니 애비다”라고 장난스레 번역되는 1980년 스타워즈5의 대사 “I am your father”를 이 영화에서 만날 줄이야···. ‘출생의 비밀’ 드라마가 넘치는 한국에서 ‘인과 연’을 부제로 달고 있는 영화임을 깜빡한 죄다. 다스 베이더의 대사는 울림이라도 있다. ‘거악(巨惡)은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에 연결돼서다. ‘신과 함께2’의 설정은 울림보다 곤혹스러움을 자아낸다.

▦ 몹쓸 짓을 연거푸 저지른 강림(하정우)은 부자관계 덕에 처벌을 피한다. 영화는 이를 ‘부성애’와 ‘강림의 자기 구원 과정’으로 설명하는데, 글쎄. 모든 사람이 추상 같은 판결을 받아 그 즉시 처벌당하는 곳인데, 왜 하필 강림만 예외이며 심지어 환생의 기회까지 갖는가. 영화는 성주신(마동석)의 대사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다”를 내세우는 것 같다. 말은 맞다. 하지만 상황이 나쁘다고 모두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나쁜 상황만 내세워 버릇하면, 진짜 나쁜 사람이 된다.

▦ 극장을 나서니 화려한 CG, 멋진 배우 얘기가 풍성하다. 아내에게 물었다. 모든 것이 ‘아버지의 빅 피처’인, 그래서 자기네들끼리 용서하고 화해해 버리면 그만인 이 상황이 용납되느냐고. 아내의 답은 간단했다. “괜찮아. 잘 생긴 하정우니까.” 그래 하정우인데, 이승도 아닌 저승인데, 이 폭염에 시원한 영화관에서 즐기는 ‘한국적 콘텐츠’인데 뭘. 홀로 곤혹스러웠던 건 그간 ‘양승태 사법부’ ‘기무사 계엄령 문건’ ‘명성교회 세습’ 같은, ‘아버지들의 빅 픽처’ 기사들을 너무 많이 본 탓일 게다. 단지 그 때문일 게다.

조태성 문화부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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