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2’를 봤다. 1편에 이어 2편도 1,000만 관객을 넘길 것 같다니 궁금했다. 흉기, 총, 욕, 마약이 난무하는 거대 음모론 같은 게 아니라서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1편을 2편 도입부로 보이게 할 만큼 드라마가 보강됐고,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의 힘은 여전했다. 하지만 영화를 힘차게 굴려야 할 서사와 디테일은 민망했다. 저승에서 진행되는, 유머로 포장했으나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지는 7개의 재판 과정을 보노라면 진짜 지옥은 ‘천륜’ ‘나태’ 같은 게 아니라 ‘재판’ 그 자체 같다.
▦ 더 놀란 건 영화 맨 마지막 ‘사실 내가 그 애 아빠였어’라는 설정이다. 누가 누구의 아버지인지는 예의상 밝히지 않겠다. “내가 니 애비다”라고 장난스레 번역되는 1980년 스타워즈5의 대사 “I am your father”를 이 영화에서 만날 줄이야···. ‘출생의 비밀’ 드라마가 넘치는 한국에서 ‘인과 연’을 부제로 달고 있는 영화임을 깜빡한 죄다. 다스 베이더의 대사는 울림이라도 있다. ‘거악(巨惡)은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에 연결돼서다. ‘신과 함께2’의 설정은 울림보다 곤혹스러움을 자아낸다.
▦ 몹쓸 짓을 연거푸 저지른 강림(하정우)은 부자관계 덕에 처벌을 피한다. 영화는 이를 ‘부성애’와 ‘강림의 자기 구원 과정’으로 설명하는데, 글쎄. 모든 사람이 추상 같은 판결을 받아 그 즉시 처벌당하는 곳인데, 왜 하필 강림만 예외이며 심지어 환생의 기회까지 갖는가. 영화는 성주신(마동석)의 대사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다”를 내세우는 것 같다. 말은 맞다. 하지만 상황이 나쁘다고 모두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나쁜 상황만 내세워 버릇하면, 진짜 나쁜 사람이 된다.
▦ 극장을 나서니 화려한 CG, 멋진 배우 얘기가 풍성하다. 아내에게 물었다. 모든 것이 ‘아버지의 빅 피처’인, 그래서 자기네들끼리 용서하고 화해해 버리면 그만인 이 상황이 용납되느냐고. 아내의 답은 간단했다. “괜찮아. 잘 생긴 하정우니까.” 그래 하정우인데, 이승도 아닌 저승인데, 이 폭염에 시원한 영화관에서 즐기는 ‘한국적 콘텐츠’인데 뭘. 홀로 곤혹스러웠던 건 그간 ‘양승태 사법부’ ‘기무사 계엄령 문건’ ‘명성교회 세습’ 같은, ‘아버지들의 빅 픽처’ 기사들을 너무 많이 본 탓일 게다. 단지 그 때문일 게다.
조태성 문화부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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