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중간보고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피해 내전 중인 예멘의 시아파 반정부 무장조직 후티 반군에게 무기 밀매를 시도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9일 보도했다.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인 석탄 수출의 전면 금지 등 대북제재가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무기 밀매가 중동과 아프리카로 확산되었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아사히신문이 단독 입수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미공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시리아의 무기 밀매업자인 후세인 알리 등 중개인을 통해 북한산 무기와 군사장비 등을 후티 반군과 리비아, 수단에 밀매하려고 시도해 왔다. 전문가 패널은 이 같은 사실을 후티 반군 간부가 북한의 무기판매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자회사에 보낸 2016년 7월 13일자의 초청장을 통해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북한 관계자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로 초청해 “기술 이전과 양측 공동의 이익에 대해 협의한다”고 적혀 있었다.
초대장을 전문가 패널 측에 제공한 유엔의 한 회원국에 따르면, 초대장 송부 후 2016년 내에 후티 반군과 북한과의 협력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후티 간부와 시리아 무기 밀매업자인 알리가 관여했다. 양측의 협의에는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기관총, 휴대식 로켓, 군용 차량, 방공 시스템 등의 군사물품의 공급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 패널은 이와 관련해 후티 반군 간부와 알리에게 질문 서한을 보냈으나 답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적 관계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 명의 북한 군사전문가들이 평양 주재 시리아 대사관에서 발급된 3개월짜리 비자로 지난해 5월 시리아를 방문했고,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군 관계자들이 기뻐했다는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북한과 시리아 간 금지된 군사협력이 약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은 또 시리아 국적의 중개인이 북한 대리인으로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 재래식 무기를 판매하려는 정보에 따라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질문 서한을 보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전문가 패널은 유엔 회원국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대북제재 이행 실태를 조사한다. 이번 중간보고서는 지난 3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됐고, 최종 보고서는 추가 조사를 거쳐 내달 초 정식 발표될 예정이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무장조직으로, 현재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박2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8일(현지시간) 리 외무상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상황을 설명했고, 미국이 다자간 협상의 결과인 이란 핵 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탈퇴하고 이란에 제재를 다시 부과한 것에 대해 잘못된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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