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방법에 대해 소방이나 환자수송 등 분야에서 현역 복무보다 1.5배 길게 대체 복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법원에 전달했다.
인권위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병역법 제88조 1항과 예비군법 제15조 9항 위반 사건과 관련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이므로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달 31일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이와 함께 대체복무 방식으로는 구제활동ㆍ환자수송ㆍ소방업무 등 사회 질서유지 및 인간보호와 관련한 영역에서 합숙 형태로 현역복무기간의 약 1.5배를 복무하는 제도를 도입해 복무 기간을 점진적으로 단축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는 대법원이 오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 처벌 사건에 대한 14년 만의 전원합의체 판단을 앞두고 인권위 의견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2016년 10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최초로 항소심 무죄 판결이 선고된 뒤 1심 무죄 판결 선고가 급증했고, 국회에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 3건이 발의되는 등 최근 수년 새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과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병역법 제88조 1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같은 법 제5조 1항이 대체복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양심의 자유 침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조항이 바뀌기 전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유죄 여부는 개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대체복무제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부와 국회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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