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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출도, 마트 계산도 ‘셀프’… 사서와 캐셔들이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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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출도, 마트 계산도 ‘셀프’… 사서와 캐셔들이 사라져간다

입력
2018.08.09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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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시스템 확산으로 실직 

 기계의 보조로 전락 우려 

[저작권 한국일보]사서가 도서의 대출과 반납을 돕던 데스크가 사라진 자리에 셀프대출반납기가 들어선 성균관대 중앙학술정보관. 독자제공
[저작권 한국일보]사서가 도서의 대출과 반납을 돕던 데스크가 사라진 자리에 셀프대출반납기가 들어선 성균관대 중앙학술정보관. 독자제공

“대출하시겠습니까?”

책을 빌려 갈 것인지 묻는 사서(司書)의 목소리 대신, 정사각형 화면 위에 안내 표시가 떠올랐다. 학번을 입력하고 책을 올려놓자 자동으로 책 정보가 입력됐다. “며칠까지 반납하시라”는 안내 역시, ‘셀프대출반납기’의 팝업 화면이 사서의 육성을 대체했다.

성균관대가 지난달 중순부터 수원과 서울 캠퍼스 내 도서관에 사서가 맡던 대출반납 데스크 운영을 중지하고 셀프대출반납기를 설치했다. 학생이 서고에서 책을 가져와 빌리고, 반납하는 ‘무인(無人)도서관’ 시스템으로 본격 전환한 것이다. 대출과 반납을 돕던 고용 사서들은 다른 업무를 맡게 됐고, 근로장학생 3명은 그만뒀다. 그 중 A씨는 “학교에서 서고 정리 같은 업무를 제안하긴 했지만, 성격이 다른 일이라 그만뒀다”라며 “아무래도 기계에 자리를 뺏긴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씁쓸해했다.

무인시스템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효율, 비용 절감 등을 앞세우며 도서관, 주유소, 택배 보관, 아파트 경비, PC방, 식당, 병원 등 일상 곳곳으로 급속 확산되는 모습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셀프 계산대'가 설치된 서울 연희동의 한 슈퍼마켓. 독자제공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셀프 계산대'가 설치된 서울 연희동의 한 슈퍼마켓. 독자제공

대형 마트는 ‘무인계산대’ 체제 전환이 한창이다. 올 1월 무인계산대를 시범 도입한 이마트는 6개월만인 7월 전국 144개점의 28%에 해당하는 40개 점포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총 400여대의 셀프계산대를 추가 설치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 역시 무인형셀프결제매장을 연내 3곳에서 10곳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 내 무인주문기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슈퍼마켓인 S마트는 최근 무인계산대 8대를 들여와 유인계산대와 병행 운용 중이다. 계산원 감축은 없었지만 계산원 중 일부가 무인계산대 근처에서 고객에게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보조업무에 투입됐다. 8일 슈퍼마켓을 찾은 연희동 주민 정모(33)씨는 “최근 런던을 방문했을 때 무인계산대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는데, 귀국해보니 며칠 사이에 동네 슈퍼마켓에도 무인계산대가 도입돼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무인시스템이 먼 나라, 먼 미래 얘기가 아니라는 게 실감났다”는 것이다.

무인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과 사람이 기계 업무 보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매장 판매, 운전ㆍ운송, 청소ㆍ경비 직군 등 일자리가 80만개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으로 기존 경비원들이 대량 해고되는 등 갈등이 소송으로 치닫자, 법원이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을 위해서는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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