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페이스북,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기업이 6일(현지시간) 각종 음모론으로 유명한 극우 성향 방송 진행자 앨릭스 존스의 온라인 방송 ‘인포워스’ 일부 또는 전부의 서비스를 차단했다. 이런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포워스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움직임은 5일 애플이 시작했다. 애플은 인포워스와 연관된 팟캐스트 5개를 라디오 서비스 아이튠스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다만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인포워스의 앱 자체는 규정 위반이 아니라며 남겨 뒀다. 뒤이어 페이스북이 6일 “지속적인 운영규칙 위반”을 이유로 인포워스의 영상 일부를 삭제하고 앨릭스 존스의 개인 계정도 일시 정지했다. 같은 날 구글이 운영하는 영상전문사이트 유튜브는 “지속적인 증오발언과 괴롭힘”을 문제 삼아 240만 계정이 구독하는 존스의 계정을 폐쇄했다.
문제는 존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자 ‘알트라이트’로 불리는 신흥 우파세력의 유명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존스를 지지하는 우파 온라인 유명인사들은 일제히 “대대적인 검열이 시작됐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존스 본인도 6일 자신의 방송에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에 선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온 학자들 사이에서도 존스를 지지하는 반응은 크지 않다. 과거 9ㆍ11 테러 사건이 미국 정부가 내부에서 조작한 공격이라는 음모론을 펴고, 총기 규제론에 맞서 “샌디 훅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은 조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는 앨릭스 존스의 악명은 이미 높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IT기업이 존스의 계정을 폐쇄하고 방송을 삭제하는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애플ㆍ페이스북ㆍ유튜브 등의 움직임은 상호 조율된 것은 아니지만, 애플이 앞서 나가자 나머지 기업들이 따라서 결정한 측면이 없지 않다. IT기업들이 ‘가짜 뉴스’ 논란에 적극적으로 맞서기보다는 방관하고, 존스의 영상을 삭제하는 것처럼 행동에 나서는 것도 여론의 압박에 휘둘려 임의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규정을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의 경우, 7일 잭 도시 회장이 “앨릭스 존스는 우리의 규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해 더 큰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보수 성향 잡지 내셔널리뷰의 데이비드 프렌치 선임저자는 일간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존스의 방송을 폐쇄하는 조치에 이의는 없지만 문제는 절차라는 주장을 폈다. 기고에서 프렌치는 “미국 법에 따라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거나 사상의 자유시장을 존중하는 미국 전통에 입각하는 대신 기업이 임의의 모호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프렌치는 대안으로 ‘명예훼손’이나 ‘중상모략’처럼 법에 정해져 있는 기준을 통해 온라인 매체 상의 표현을 규제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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