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 포항신항. 제7부두 73선석에 정박한 진룽호는 취재진이 몰려들자 하역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덤프트럭 3, 4대가 한꺼번에 들어와 선석에 쌓여 있는 석탄을 옮겨 실었다. 부두에는 10여명의 인부들이 하역 작업에 썼던 장비와 집기를 정리하느라 분주했고 동시에 대형크레인 2대가 도착해 진룽호 옆에 바짝 붙어 배 안에 있던 포크레인을 빼냈다.
이날 진룽호의 석탄 하역과 항만운송을 맡은 회사는 포항에 본사를 둔 ㈜삼일이었다. 삼일은 자유한국당내 중진 국회의원인 강석호 (경북 영양ㆍ영덕ㆍ봉화ㆍ울진)의원의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삼일 관계자는 “북한 석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하러 왔나 본데 우리는 주문대로 일할 뿐이고 아무것도 모른다”며 “곧 배가 떠날 것이다”고 말했다.
배 위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선원 3, 4명이 모여 내려다보며 하역 정리 작업을 지켜봤다. 이들은 진룽호 외관을 촬영하는 취재진의 모습을 보며 서로 이야기만 나눌 뿐 제지하거나 경계하진 않았다.
운반작업 중이던 한 트럭 기사는 기자가 “어디로 가는 석탄이냐”고 묻자 귀찮은 듯 영어로 ‘coal(석탄)’, 한글로 업체명이 적힌 서류를 보여줬다. 석탄이 운송될 곳은 경주의 광물제조회사였다.
진룽호 바로 옆 선석에는 또 다른 배가 정박해 석탄을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7부두에는 진룽호 외에도 석탄을 하역하는 선박들이 있었다.
진룽호는 포항신항 입항 당시 8일까지 포항신항에 정박하는 것으로 신고돼 있었다. 하지만 7일 오후 4시쯤 석탄을 내리기 위해 열어뒀던 배 위 덮개를 모두 닫고 40여분 뒤 선석에 석탄 일부를 그대로 둔 채로 포항신항을 빠져 나갔다.
외교부는 이날 “진룽호는 이번에 러시아산 석탄을 적재하고 들어왔으며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한 덤프트럭 기사는 “북한 석탄이 들어 온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갑자기 왜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중국이나 러시아 이름 같은 배가 여기 포항으로 싣고 들어오는 석탄은 전부 북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로 경주나 영천 등 포항 주변 공단의 광물업체로 운반된다”며 “북한산이 저렴하기 때문에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하 포항해수청)에 따르면 진룽호는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벨리즈에 적을 둔 배로, 러시아 나훗카항을 출항해 지난 4일 오전 9시 포항신항에 입항했다. 2,984톤 규모로 총 13명이 승선했으며, 이 중 중국 국적이 11명, 미얀마 1명, 방글라데시 1명이 타고 있었다. 진룽호가 포항 입항 당시 싣고 온 석탄의 양은 5,100톤이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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