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탐지견 대부분 무상 분양
과거엔 90만원 ‘몸값’에 매각도
‘안락사’ 실험동물들과 대조적

실험동물들과 달리 세관에서 마약류 검색 등에 동원되는 탐지견, 군사작전 시 숨겨진 폭발물을 찾아내는 군견의 최후는 그다지 슬프지만은 않다. 대체로 이들은 현역에서 물러난 후 안락사를 당하는 대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탐지견은 선발 과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바늘구멍 경쟁률을 뚫고 ‘탐지견 후보생’이 된 생후 2개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강아지들은 수의사와 위생원들의 관리를 받는다. 이들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생후 9주 차부터 교관의 지휘를 받으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평가는 3개월 단위로 4차례 이뤄진다. 훈련 기간이 9개월을 넘어서면 탈락견들이 속출한다. 이상호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 계장은 “환경적응 능력과 탐지의욕 등을 점수화한 평가를 통해 60점 이상을 받은 합격견들만 데리고 16주 차 훈련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경쟁률은 3대 1 정도. ‘탐지견 후보생’으로 입소한 10마리 중 3마리만이 탐지견의 영예를 얻는다. 공항 입국장이나 화물청사 등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낯선 환경에서 겁을 먹는지, 사람을 보고 숨거나 도망치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적극적으로 냄새를 맡고 목적물을 계속 따라가는 ‘탐지반응 능력’도 배점이 높은 채점 항목이다. 탐지 임무를 잘 수행한 개들은 보상으로 장난감을 받는다. 실력이 뛰어나도 장난감에 대한 소유욕이 떨어지거나 칭찬을 즐기지 않는 등 인정욕구가 낮은 개들은 탈락하기 쉽다. 탐지견 교관인 이 계장은 “지난해에는 후보생들 성적이 좋아 합격률이 40%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탈락견들은 한 차례 ‘패자부활전’을 거친다. 다시 투입된 환경 적응훈련에서도 탈락하면 민간에 분양된다.

임무를 완수하고 현업에서 물러난 은퇴 탐지견들은 대체로 무상 분양된다. 2016년까지는 최고 90만원의 몸값을 매겨 매각공고를 냈지만 ‘평생 사람을 위해 헌신해왔는데 가격을 매기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지난해부터 무상 분양으로 바뀌었다. 서류심사와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새 주인에게 입양된 뒤에도 관세청이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노후견이라서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탐지견들은 탐지견훈련센터가 맡아 키운다.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대략 세금 5,000만원이 투입되는 군견은 소대장급 대우를 받는다. 생후 7개월 즈음 군견 훈련능력 적격심사를 거쳐 합격해야 비로소 ‘양성 후보견’을 위한 20주간 훈련이 시작된다. 최종 시험인 ‘군견 자격평가’에 합격하면 각급 부대에서 주특기별로 정찰견ㆍ추적견ㆍ폭발물탐지견 등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군견도 여느 군인처럼 하루를 기상으로 시작해 점호로 마감한다. 오전 7시 일어나 아침을 먹은 뒤 오전과 오후 3시간씩 훈련한다. 체력관리를 위해 하루걸러 트레드밀을 이용해 6㎞를 달리거나 투척한 훈련공을 회수해오는 왕복훈련을 한다. 운동 후에는 관절과 근육 마사지도 받는다. 훈련에서 낙오한 강아지들은 야전부대의 ‘경계 보조견’으로 활동하거나 민간에 무상 분양된다.

임무를 마친 군견은 8살 무렵 전역한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60~70대에 해당해 체력과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전역 후 의학실습용으로 기증되거나 안락사로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던 군견은 실험동물에 비하면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2016년 11월 군수품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새 가족에게 입양을 보낼 수 있게 되면서다.
영리한 저먼 셰퍼드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벨지안 마리노이즈 등 견종도 다양하다. 간혹 진돗개가 후보생으로 입소하지만 군견이 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충성심이 유독 강하고 한 사람만 섬기는 특성상 주기적으로 군견병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서다. 육군ㆍ공군은 분양신청서와 서약서 등을 접수 받아 1, 4, 7, 10월에 분양 대상자를 선정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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