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산 원유 등 교역 대폭 늘려
제재 우회하려 위안화 사용도 확대
# 중남미 좌파 핵심 베네수엘라에도
차관 제공 일대일로 교두보 삼아
# 캄보디아ㆍ짐바브웨 등 국가엔
정권 지지선언ㆍ투자 확대 영향력
중국이 지구촌 곳곳에서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 나라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우군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포섭 국가 상당수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핵심포스트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7일 “중국 기업들이 이란과의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해 미국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때마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이 오는 11월4일부터 이란산 원유ㆍ석유제품 거래를 전면 금지할 방침이지만 중국ㆍ유럽연합(EU)ㆍ인도 등은 이 제재를 회피할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계속 수입할 경우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한 이란에겐 그야말로 천군만마일 수 있다. 중국이 이란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올 초부터 이란을 배려하는 행보를 거듭해 왔다.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탈퇴 경고에도 불구, 지난 5월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관련 수입액이 8.2%나 늘었다. 이란과의 전체 교역 규모도 전년 대비 19%나 늘렸다.
2016년 1월 이란을 국빈 방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참관국 정상으로 초청했다. 이후 외신들은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늘릴 것이란 보도를 쏟아 냈다. 미국이 JCPOA 탈퇴를 강행하면서 이란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에 이란의 손을 기꺼이 잡아 준 것이다.
중남미 좌파동맹의 핵심국가로 꼽히는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때 미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던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후 미국과 급격히 사이가 멀어졌다. 중국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2000년대 중반부터 600억달러가 넘는 차관을 제공하며 석유 자원을 확보하며 중남미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부채로 위기에 몰리자 추가로 40억달러 지원을 약속하면서 숨통을 틔워 줬다.
동남아의 캄보디아 역시 미국과 사이가 벌어진 틈을 적극적으로 파고든 케이스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경제지원 규모를 축소하며 훈센 총리의 장기집권과 독재를 비판해 왔다. 최근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미 국무부는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냈다. 반면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캄보디아의 환심을 샀고 독재 논란 때마다 공개적으로 훈센 총리 지지를 표명해 왔다. 현재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있어 중국의 최대 우군이다.
아프리카의 최장기 독재국가 짐바브웨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말 백인농장 몰수 등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중국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악명 높은 짐바브웨는 2015년 시 주석 방문 이후 위안화를 법정 통화로 확정했고, 지난해 말 쿠데타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실각하는 과정에도 중국 군부 개입설이 나왔을 만큼 중국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이들 국가는 모두 일대일로 전략 또는 자원 확보와 관련이 있다. 경제ㆍ외교ㆍ안보분야 등에서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질서를 대체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달리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대로 외연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과의 본격적인 패권 경쟁을 위해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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