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독자적 의제로 팔을 걷었던 아동 복지 증진 캠페인이 출범 후 석 달이 지나도록 안착하지 못한 채 삐걱대고 있다. 이전 퍼스트레이디와 비교해 공적 행보에 소극적인 멜라니아 여사의 성향이 다시 도마에 오르는 모습이다.
멜라니아 여사를 보좌해 온 정책 담당 참모인 레이건 헤드런드가 최근 갑작스럽게 백악관을 떠나면서 멜라니아 여사가 이끄는 캠페인의 추동력에도 물음표가 켜졌다. 정책 분야와 의회 근무 경험을 가진 핵심 참모가 이탈하면서 가뜩이나 소수인 보좌진이 더욱 앙상해졌기 때문이다. 역대 퍼스트레이디 보좌진이 대개 20명을 넘었던 것에 비해 멜라니아 여사의 보좌진은 10명 내외의 소규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밑에서 의회 근무 경험을 쌓고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던 헤드런드는 멜라니아 여사가 캠페인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보좌진에 합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6개월간 뉴욕에서 따로 생활하며 백악관 입주를 미룰 정도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내켜 하지 않았던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5월 아동 복지 캠페인인 ‘비베스트(Be Best)’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공적 행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캠페인을 펼치며 남편의 국정 수행 빈틈을 채워왔던 역대 퍼스트레이디의 행보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멜라니아 여사는 캠페인 발표 일주일 뒤 신장 수술을 받아 한 달 가까이 두문불출했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이 몰아붙인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이 캠페인 취지와 맞지 않는데다, 6월 중순에는 멜라니아 여사가 불법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을 방문하면서 ‘난 관심 없어, 너는?’이라는 문구가 적힌 재킷을 입어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캠페인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초기 여건 조성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멜라니아 여사가 아동 복지 캠페인과 관련해 가진 행사는 지금까지 고작 세 차례에 불과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스테파니 그리샴 대변인은 WP에 “우리는 전문적인 팀을 갖추고 있으며 (헤드런드의 사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9월에 중요한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공적 업무 보다는 백악관을 찾는 손님들을 안내하거나 백악관 내부 장식이나 안살림을 챙기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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