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앙큼한 오너야.”
지난달 종방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김비서’) 속 유명그룹 사장 박유식(강기영)은 자신의 친구이자 그룹 부회장인 이영준(박서준)을 늘 놀린다. 눈치를 살살 보면서 약 올리는 기술이 보통이 아니었고 유머러스한 애드리브도 구사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기영은 “부회장인 이영준을 놀릴수록 드라마가 재밌지 않겠나. 최대한 웃기려 노력했다”고 했다.
“오너야”라는 대사는 대본 읽기 모임 때부터 입에 배도록 연습했다. 대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카메라 밖에서도 반복했다. 애드리브는 리허설 때 숨겨뒀다가 촬영이 들어가면 돌발적으로 선보였다. 예상치 못한 우스개에 배우나 스태프들의 웃음이 터지면 엔지(NG)가 나도 신바람이 났다. “스태프들의 웃음을 통해 시청자 반응을 미리 체크”하며 그는 캐릭터를 차근차근 빚어갔다.
강기영은 극중 박유식 못지않게 유쾌했다. 박유식은 그동안 맡은 역할 중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한 인물”이라 연기하는 마음도 편했다고 한다. ‘김비서’를 연출한 박준화 PD와는 2016년 tvN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 때 인연을 맺었다. 함께 간 캠핑에서 그는 박유식 역을 제안 받았다. 강기영은 ‘이 역할은 내가 잘 소화할 수 있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김비서’ 출연 이후 그는 연기에 자신감이 붙었다. “박서준과 호흡이 좋다”는 칭찬을 들으니 제 역할을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강기영은 2009년 연극 ‘나쁜자석’으로 데뷔해 tvN ‘고교처세왕’(2014)으로 여의도에 진출했다. 이후 tvN ‘오 나의 귀신님’(2015), MBC ‘더블유’(2016), OCN ‘터널’(2017) 등에서 감초 역할로 본인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매년 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만의 호흡으로 캐릭터를 구축해간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PD가 이를 반영하면 “강기영 스타일”로 맛있게 요리한다. 강기영은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면 함부로 재해석할 수 없다”며 “주로 재미를 주는 역할이라 PD들이 내 생각을 존중해주 것 같다”고 했다.
여러 작품을 하면서 나름 욕심도 생겼다. 역할의 중요도를 떠나 “스토리가 풍성한 배역”을 맡아보고 싶다.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지면 그만큼 다채롭게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김비서’에서는 박유식이 전 부인 서진(서효림)과 재결합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그는 “박유식의 사연이 더 많이 그려졌으면 했지만, 그래도 난생 처음 키스 장면을 찍어봐서 기쁘다”고 웃었다.
그는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간다. 배우 소지섭이 출연하는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다. 직장 다니는 아내를 내조하는 전업주부 역이다. “재벌에서 갑자기 전업주부가 됐다”며 “역할이 극과 극을 달리는 게 연기의 매력”이라는 너스레도 잊지 않는다.
강기영은 “편하게 동네를 누비고 마트도 가는” 지금이 좋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대중에 “친밀한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까지 제가 톱스타나 한류스타가 되는 그림은 상상이 안돼요. 대중에게 편하고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