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구심점 확보 차원
고이즈미 “불출마” 고사
‘反 원전ㆍ아베’ 의기투합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 일본 자유당 대표가 오랜 정적이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에게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 단일후보로 출마를 타진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이 7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공동투쟁에 나설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오자와 대표가 야당 결집을 위한 계기로서 그의 정계 복귀를 권유한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전 총리는 불출마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자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는 6일 후쿠오카(福岡)시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오자와 대표는 “(현 야당에) 유력한 단일후보가 고이즈미 전 총리 밖에 없다”며 “그가 참의원 선거에 나선다면 300만표 이상 얻을 수 있다. 단 1년이라도 좋으니 출마하기 바란다”며 고이즈미 전 총리를 설득했다. 비례대표에서 야당의 통일명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5일 야마자키 전 부총재에게 전화통화에서 “나도 76세가 되어서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야마자키 전 부총재는 93세의 나이로 다시 당선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의 사례를 들었으나, 고이즈미 전 부총재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달 오자와 대표가 운영하는 도쿄 정치학교에서 탈원전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언론과 정치권의 눈길을 끌었다. 76세 동갑인 두 사람은 오자와 대표가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전 총리가 전국조직위원장을 맡았던 1989년부터 대립해 온 30년 정적 관계였기 때문이다. 오자와 대표는 1993년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자민당을 탈당해 비자민당 연립정권을 탄생시켜 자민당 55년 체제를 붕괴시켰고, 2009년 8월 중의원 선거 승리로 민주당 정권 출범을 이끌었다. 2006년에는 자민당 총재였던 고이즈미 전 총리와 국회 당수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전 총리가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주의자로 거듭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모양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달 강연 후 “오자와 대표는 적이기도 했고 우리 편이기도 했다. 응어리는 없다”고 말했고, 오자와 대표도 “총리 경험자가 반원전을 주장하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강연 후 오자와 대표와의 식사 자리에서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후보를 단일화하고 ‘원전 제로’를 내세워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4월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사학스캔들로 궁지에 처했던 아베 총리에 대해 “위험해졌다. 아베 총리의 (총리직) 사퇴는 현재 국회가 끝나는 때가 아니겠느냐”고 발언하는 등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거듭해 왔다. 대중적 인기를 끌며 ‘포스트 아베’로 떠오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자민당 수석부간사장이 그의 아들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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