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 내부에서 ‘징병제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분출되고 있다. 2011년 폐지된 징병제를 재도입하는 것은 물론, 여성도 징집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모습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기민당 홈페이지에는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징병제 재도입을 주제로 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사무총장의 글이 게시됐다. 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은 이 같이 주장하면서 오는 12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징병제 재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현재 전국을 돌며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징병제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 그는 트위터에서 “봉사를 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이 많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당 오스빈 파이트 의원도 징병제 부활을 제안하면서 “18세 이상 젊은 남녀를 상대로 12개월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집 대상에선 여성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다만 연방군뿐 아니라, 응급 구조 및 의료기관에서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에선 기민당이 차기 총선에서 징병제 재도입 공약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6일 나오고 있다. 극우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이미 찬성하는 입장이다. AfD 알리체 바이델 원내대표는 징병제 폐지를 “중대한 실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징병제가 재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른 정당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친화적인 자유민주당은 “끔찍한 돈 낭비”라면서 반대하고 있고, 진보성향인 녹색당과 좌파당도 그동안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기민당 내부에서조차 “구식의 일반적인 징병제가 지금의 안보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연방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헤닝 오트 의원)이라면서 동의하지 않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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