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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도 근거도 없는 ‘인맥축구’ 논란에 하나하나 답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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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도 근거도 없는 ‘인맥축구’ 논란에 하나하나 답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

입력
2018.08.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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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파주 NFC에 들어오며 질문에 답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공격수 황의조.
6일 파주 NFC에 들어오며 질문에 답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공격수 황의조.

“실력으로 이겨내겠다.”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의조(26ㆍ감바오사카)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입술을 깨물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 훈련에 합류하는 선수가 출처도 불분명한 ‘인맥축구’ 논란에 답을 해야 했다. 안타깝지만 한국 축구를 둘러싼 풍토가 이렇다.

황의조는 6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들어오며 ‘인맥축구’와 관련한 많은 질문을 받았다. 지난 달 16일 김학범(58) U-23 대표팀 감독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명단을 발표하며 황의조를 와일드카드(팀 당 3명까지 23세 초과 선수 선발 가능)로 뽑자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이 개인적인 친분으로 황의조를 선발했다는 게 ‘인맥축구’ 논란의 요지다. 일부 누리꾼이 이런 의심을 품는 근거는 황의조가 과거 성남 시절 김학범 감독 아래 있었다는 것이다. 황의조가 올 시즌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시즌 14골, 리그 9골로 물 오른 감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자취를 감췄다. 근거도 빈약한 루머는 어느 순간 여론이 됐고 김 감독과 황의조는 비난에 시달렸다.

김학범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김학범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김학범 감독이 걸어온 길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인맥축구’는 가당치 않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명지대와 국민은행에서 볼을 찼지만 철저히 무명이었다. 그러나 은퇴 후 ‘공부하는 지도자’로 꽃을 피웠다.

평소 김 감독 휴대폰은 365일 중 300일은 꺼져 있다. 그가 주로 외국에 있기 때문이다. 프로 사령탑 시절에도 김 감독은 시즌을 끝낸 연말이면 늘 유럽과 남미로 갔다. 남들이 휴가를 즐길 때 손수 차를 몰고 프로 경기와 훈련장을 찾아 다녔으니 ‘야인’일 때는 두말할 것도 없다. 유소년 훈련 프로그램까지 꼼꼼하게 훑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무명 선수 출신인 그가 한국 축구 최고 지략가로 인정받는 이유다. 별명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빗댄 ‘학범슨’이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김 감독의 국가대표 지도자 경력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코치가 전부였다. 그가 국가대표, 올림픽대표 사령탑에서 번번이 낙마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시절 태극마크를 단 적이 없으니 소위 ‘머리 큰’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루기 힘들다”라는 것이었다. 철저한 비주류에 내세울 학연, 지연이 없어 중요한 순간마다 ‘물을 먹었던’ 김학범 감독이다. 그는 ‘인맥축구’ 프레임에 갇힌 게 얼마나 답답했던지 명단 발표를 하며 “선수를 선발하는데 학연, 지연, 의리는 없다. 나도 이런 것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인연을 염두에 두는 지도자는 없다”고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다.

김 감독이나 황의조나 어차피 실력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황의조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비판)를 많이 들었다”며 “비난을 신경 쓰기보다 컨디션 조절에 집중해 좋은 플레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비판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좋게 봐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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