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하루에만 249명 병원행 
 사망자도 전년 대비 5.6배 급증 
 한낮 산책ㆍ열대야 노출 탓 
 “폭염 한풀 꺾였지만 방심 금물” 
[저작권 한국일보]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_신동준 기자

서울 지역 최고 온도가 37.9도를 기록한 3일 오후 3시,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구급대원 3명이 이송침대를 황급히 끌며 들어왔다. 80대 여성이 머리에 얼음주머니를 얹은 채 누워 있었다. 인근 지역에서 남편과 함께 폐지를 줍는 A(81)씨다. A씨는 이날도 땡볕에서 1시간 넘게 폐지를 줍다가 쓰러졌는데 다행히 그 모습을 목격한 이웃이 119구급대에 신속히 신고, 위험천만한 순간을 넘긴 것이다. 응급실에 도착한 A씨는 “열이 나고 머리가 뜨거워 어지럽다”고 호소했다. 이후 병원을 찾은 A씨 며느리는 “날이 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안 들어서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기상관측(1907년) 111년 만에 닥친 살인적 폭염에 응급실이 분주해지고 있다. 기록적인 무더위에 탈진, 실신한 온열환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6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신고 결과’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전국 500여개)을 찾은 환자는 3,329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39명에 달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환자 수는 2.7배, 사망자 수는 5.6배 수준이다.

전날 오후 3시부터 7시간 일했다는 병원 관계자는 “근무시간 동안에만 온열환자 3명을 담당했다. 최근 들어 온열환자가 하루 평균 4명 이상 오는데 대체로 어르신들”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전 10시에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산책하던 B(80)씨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실려 왔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B씨는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날도 산책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열이 40.9도(정상체온 36.5~37.5도)까지 오르는 위기의 순간을 넘긴 B씨는 응급처치를 마치고 오후 2시쯤 휠체어를 타고 퇴원했다.

초열대야(오후 6시~ 이튿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30도 이상)가 지속되면서 온열환자는 밤낮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에는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강모(60)씨가 두통을 호소해 인근 보라매병원으로 이송됐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 더위에 밤잠을 설치던 강씨가 새벽에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 견딜 수가 없다”고 호소한 것. 온열질환 감시체계 신고 결과에 따르면 해가 져서 상대적으로 선선하다고 느끼는 오후 7시~이튿날 오전 6시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전체의 15%나 됐다.

온열환자는 서울 최고온도가 39.6도로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1일 폭증하며 정점으로 치달았다. 지난달 31일만 해도 91명이던 환자 수가 1일 212명으로 급증, 2일은 하루에만 249명이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폭염이 극에 달했던) 그 주 내내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이 온열환자로 붐벼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주말 사이 폭염이 한풀 꺾이면서 온열환자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5일 취재진이 서울시내 응급실을 둘러본 결과, 3일과 달리 환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경원 서울백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주말이라 작업장도 쉬는데다 최근 폭염과 관련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마련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방심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는 경고했다. 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장시간 더위에 노출될 경우 혈압이 올라가고 특히 심장병 환자는 심장 박동이 증가한다”며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한낮 야외활동이나 운동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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