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을 “구석기 시대 돌도끼”에 비유하며, 제재를 강화할수록 관계만 악화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달 27일 ‘미군 유해 55구 송환’ 소식을 대내 매체가 처음으로 보도하는 등 압박 강도를 키우려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압박외교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하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미국이 최근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령한 것 등을 거론하며 “앞에서는 대화 판을 펼쳐놓고 뒤에서는 제재 굿판을 벌려놓는 수화상극(水火相剋)의 이 괴이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대화 상대방에 대한 상식 밖의 예의이고 무도한 처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는 북한 핵실험 등에서 기인했으니, 관련 행위의 중단과 함께 제재를 해제하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신문은 북미 간 약속 이행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고도 주장했다. 미국은 “말로만 관계개선을 떠들면서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았”고, 북한은 “북부 핵시험장 폐기로부터 미군 유해 송환에 이르기까지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진정 어린 선의와 아량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외 선전매체가 아닌 대내용 매체를 통해 유해송환 소식을 전한 것은 열흘 만이다.
다만 대화 판을 깨지는 않았다. 신문은 “저들의 요구만을 강박하는 제왕적 사고방식과 '제재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언제 가도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현재의 교착 국면을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부닥친 우여곡절”이자 “일시적 난관”이라고 봤다. 또 비난의 대상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닌 정부 관료로 한정했다.
북한의 미국을 연일 압박하는 것은 경제 발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해서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2면에 ‘당의 부름 따라 5개년 전략목표 수행 증산돌격운동에 총매진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을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대중운동'으로서 '증산돌격운동'을 벌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성과 창출을 위해 대중을 대규모로 동원하고, 사회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것으로,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인 9ㆍ9절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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