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비핵화가 美 최우선 순위”
제재 고삐 죄며 서로 결단 촉구
양측 참모들 신경전 가열 속
정상간 친소 외교 역할에 주목
미국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표출된 북한의 강한 불만에 아랑곳 않고 대북 제재 중요성을 강조하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북미 양측의 참모ㆍ실무선에서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결국 돌파구는 정상간 직접 소통으로 마련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상 간 직접 소통도 상대방의 결단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상이몽’이어서 기대치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이행을 지속하는 등 우리의 계획을 추동하고 북한 문제의 진전 속도를 높이는 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결집시켰다”고 말했다. 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ARF 연설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성토한 데 대해서도 “북한이 수년간 쏟아낸 분노ㆍ증오와 비교해 보라. 올해 발언은 달랐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리 외무상이) 비핵화에 대해 지속되고 있는 약속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의 불만 제기는 크게 개의치 않으면서 비핵화 약속에 방점을 둔 것이다. 그는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에 양보할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협상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비핵화가 미국의 최우선 순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 진행되는 대화에 대해서도 “남북 협상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고 그들은 추가적인 협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지만, 미국의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리 외무상에 이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6일 논평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선(先)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비핵화 협상을 담당하는 양측 참모들의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정상 간 친서 외교의 역할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북한 비핵화 전망을 순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며 북한에 거리를 두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최상급 수업(master class)을 하며 누군가를 위해 문 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래상에 관한 영상을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그는 그 점에서 세일즈맨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노력을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거듭 피력하면서 협상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리 외무상은 4일 ARF 연설에서 “미국 내에서 수뇌부의 의도와 달리 낡은 것으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들이 짓궂게 계속 표출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하지 않고 참모들만 겨냥했다. 미국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을 통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재촉하는 반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등 북한 요구를 먼저 수용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동상이몽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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