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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WHO ①] 윤종빈 감독 #고마운 배우들 #남성 팬 #여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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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WHO ①] 윤종빈 감독 #고마운 배우들 #남성 팬 #여린 남자

입력
2018.08.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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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대부분 공감할만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윤종빈 감독이 스물 여섯 살에 만든 작품이다. 당시 중앙대 졸업작품으로,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다.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 있으며, 배우 하정우의 신인 시절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 뒤로 어언 14년이 흘렀다.

지금도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는 영화계에서 알아주는 '절친'이다. 이제는 서로를 빼놓고 얘기하기가 힘들 정도다. 윤종빈 감독은 늘 하정우에 관한 질문이 따라오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최고 배우와 함께 언급되는 건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고마운 배우들

"하정우 씨는 그냥 감독과 배우를 넘어서서 같이 늙어가는 동료라고 생각해요. 서로 내세우고 그런 것도 없죠. 이해관계도 아니고, 모든 걸 초월했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에요. '신과 함께' 제작보고회 끝나고도 같이 술을 마셨고, (‘신과 함께’) 언론시사 날도 끝나고 새벽에 만나서 술을 마셨다니까요. 하하."

하정우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윤종빈 감독에게 감동을 줬지만, 특히 이번 영화 '공작'은 더 그랬다. '공작'은 스파이 흑금성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로, 1990년대 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남북한의 첩보전을 그린다. 흑금성을 연기한 황정민은 이 영화를 통해 '초심', '학생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황정민 선배의 초심을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어서 모르지만(웃음) 너무 열심히 했고 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제가 말도 안 되는 디렉션을 했거든요. 처음 만나자마자 '대화가 액션처럼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으니까요. 그게 어떻게 되겠어요. 제가 생각해도 불가능한데, 배우들이 그걸 해내려고 진짜 많이 연습하고 다시 연기하고 그랬죠. 마치 제가 애니메이터가 된 거처럼 다 해주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했고 정말 놀랐습니다."

#남성 팬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그리고 '공작'까지, 윤종빈 감독의 영화에선 남성의 향기가 짙게 풍긴다. 물론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여성 관객들도 많지만 유독 남성 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허…안되는데. 좋은 건가?"라며 웃던 윤 감독이 최근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제가 삼성동으로 이사를 갔거든요. 타코집 사장님이 저를 한참 보더니 '감독님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비스티 보이즈'를 스무 번이나 봤다면서 저한테 사인을 받았어요. 타코 값도 안 받는다고 하셔서 제가 억지로 계산했죠. 마음은 감사하지만 돈을 안 내면 불편해서 그 뒤로 못 갈 거 같았거든요."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제 영화가 현실성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한국사회를 사는 남자들의 솔직한 모습들,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가감없이 보여줘서 남성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여린 남자

윤종빈 감독을 잘 아는 배우들은 감독에 대해 말할 때 '집요하다' '독하다'는 표현을 쓴다. 당연히 긍정적인 의미다. 작업을 할 때 나타나는 모습이니까. '공작'에서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감독 덕에 스태프들은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하지만 영화를 위한 과정일 뿐이니, 스태프들도 열정적으로 감독의 방식에 따랐다.

하지만 윤 감독이 생각하는 본인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

"저 아주 여려요. 여린 남잡니다. 매사에 일희일비하고요. 상처도 잘 받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죠. 뭐, 결국은 마음대로 하지만 그 과정은 힘들어요.(웃음) 꼼꼼한 거는 잘 모르겠어요. 덤벙대고 잘 까먹는 성격이거든요. 일상에서도 푼수는 아니고 뭐랄까? 허당이에요. 칠칠맞고 잘 잊어버리고 그런 성격이죠."

"다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뭔가를 할 때 하나라도 모르면 불안해하거든요. 잠이 안 와요. 다 알아야 직성이 풀리죠. 아마 그래서 그런 얘길 듣나 보네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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