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구호 외친 이재용-김동연…"삼성 역할 중요"
비 오다 개인 날씨 언급에 이재용 "좋은 징조다" 화답
문재인 핵심정책인 '혁신성장'에 방점…투자 발표는 연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10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나 '혁신성장'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 순방에서 당부했던 투자 및 고용 확대에 관한 결과물은 이날 제시되지 못했다. 일명 '투자 구걸' 논란에 대한 김 부총리의 부담을 의식한 듯 이 부회장은 모처럼 내린 비 소식에 대해 "좋은 징조 같다"고 분위기를 풀었다. 김 부총리도 "기쁘다.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인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뤄진 이날 간담회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부회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김현석 CE 부문 대표이사,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노희찬 사장(CFO),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 에피스 대표이사 등 삼성 사장단이 총출동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 협력사인 대덕전자의 김영재 대표이사, 원익 IPS의 이용한 대표이사도 초청하는 등 삼성전자는 협력사와의 '상생' 의지를 보이는 데도 중점을 뒀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3개월만의 경제 컨트롤타워인 김 부총리와 재계 1위 삼성 총수간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번 만남을 두고 문재인 정부 경제팀 내부에서 의도치 않은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밝은 얼굴로 "혁신!, 성장!" 구호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혁신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분야 핵심 슬로건이다. 김 부총리와 삼성 측 모두 '혁신성장'이란 단어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우려가 많았던 만남이지만 다른 대기업들과의 전례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 발전의 초석 역할을 해내 앞으로 더 큰 발전을 하길 바란다'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의 해외출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날 오전 글로벌 자동차업계 미팅 등 유럽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에게 김 부총리는 "어제 오셨으면 피곤하실 텐데"라고 말을 건넸고, 이 부회장은 "괜찮습니다. 바쁘신 일정에 (평택 반도체 공장에)와주셨다"고 답했다.
또한 김 부총리가 "내려올 때 비가 많이 왔다. 비가 오면 폭염이 좀 덜해질 것 같다"고 말하자 이 부회장은 "좋은 징조 같습니다"라고 했다. 표정이 한결 편해진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이어 30여 분간 반도체 제조라인을 함께 돌아봤다. 김 부총리는 이어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도 "폭우가 쏟아지다 도착하니 개인 날씨가 됐는데 좋은 징조라고 말씀해주셔서 기뻤다"고 인사를 한 뒤 "삼성은 우리 경제의 대표주자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기에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삼성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며 정부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공유경제 등에 대해 전략적인 지원과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오늘 미래 대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고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기업을 혁신성장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하며,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특히 삼성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을 언급했다. 그는 "'호암자전'을 보면 사업은 반드시 시기와 정세에 맞춰야 한다고 포인트를 짚으셨는데 우리 경제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전환기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업과 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전자를 대표해 인사말을 전한 윤부근 부회장은 "혁신성장의 열정을 쏟고 계신 부총리를 모시고 간담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삼성은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 구축과 혁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역시 '혁신성장'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돼 이 부회장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견을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이 부회장 등 삼성 사장단과 김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선물을 교환하고 말 많았던 이번 회동을 마무리한다.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측은 따로 백브리핑이나 자료를 내지 않고 말을 아끼는 로우 키 (low key) 전략을 유지한다. 김 부총리는 현장에 함께 온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회동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백브리핑을 진행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당초 이날 기재부를 통해 알리려던 100조원 규모의 투자ㆍ고용 확대 계획 발표 시기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시차를 두고 오해가 없는 시기를 다시 고른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삼성'을 만들겠다며 내부적으로 투자와 사회공헌 확대를 준비해왔다. 고심 끝에 문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 및 고용 확대 계획을 최종 결정했으나 발표 시점과 모양새를 두고 청와대와 경제부총리 사이에 이상기류가 형성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다만 발표 시기의 문제일 뿐,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공들여 준비해온 투자와 고용 확대 방안은 변함없이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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