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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피사의 사탑(8.9)

입력
2018.08.09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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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의 사탑'의 불가사의는 '불가사의'에 대한 인류의 갈망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피사의 사탑'의 불가사의는 '불가사의'에 대한 인류의 갈망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부실시공으로 신화가 된 건축물 ‘피사의 사탑(斜塔)’ 건설공사가 1173년 8월 9일 시작됐다.

설계자 디오티살비(Diotisalvi)의 의도는 물론, 기울어진 탑이 아니라 피사(Pisa) 대성당의 버젓한 종탑을 짓는 거였다. 현재 높이 55.86m의 종탑이 원래 계획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탑은 지하 3m 깊이에서 터를 잡아 세워졌다. 탑이 표나게 기울기 시작한 건 1178년 2층 높이까지 올린 무렵부터였다. 당연히 공사는 중단됐다. 더 올릴 수도, 다 헐고 새로 지을 수도 없어 방치됐던 종탑은 약 100년 뒤인 1272년 증축을 재개했다. 설계ㆍ시공자들은 기울어진 반대편 즉 종탑의 남쪽 층간 높이를 약간 줄여 짓는 편법(이지만 고도의 공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그 공사 역시 12년 만인 1284년 멈춰야 했다. 도시국가 피사가 인근 도시국가와 전쟁을 치러야 했던 탓도 있었다고 한다. 3차 공사는 1360년 시작돼 72년 7층 높이의 탑 위에 종루를 얹었다. 7음계의 소리를 내는 7개의 종이 완전히 설치된 건 1655년이었다.

사탑이 된 건 근본적으로 종탑의 지하가 턱없이 얕아 맨땅에 그냥 얹히다시피 한 까닭이지만, 토질 자체가 무르고 균일하지 않은 탓도 컸다.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며 유명해진 사탑이 기울기(최대 5.5도)가 커지면서 붕괴 위험이 높아지자 1964년 이탈리아 정부는 세계적 건축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가며 기울기 보정 공사에 나섰다. 지반의 강도를 높이고 토질을 균일하게 해 보기도 했고, 북쪽에 저울추 같은 걸 매달아 균형을 맞추려고 해 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채택한 건 북쪽 지반 자체를 깎아 종탑을 바로 서게 하는 거였다. 초기 기울기를 바로잡기 위한 일련의 편법 공사로 사탑 자체가 정밀한 대칭이 아니라는 점이 보정을 더욱 어렵게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1990년 1월 사탑 출입을 통제한 채 대대적인 보정공사를 시작해 2001년 6월 마무리했다. 현재 사탑의 기울기는 3.99도로, 향후 200년가량 뒤에는 더 이상 사탑이 아니게 된다고 한다. 사탑의 불가사의는 기울어짐 자체가 아니라, 저 과정을 알면서도 불가사의라 부르는 인류의 불가사의에 대한 열망일지 모른다. 그 불가사의 위에서 사탑은 인류에게 숱한 이야기와 추억을 선사해 왔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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