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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명품행정] 빌라를 창업지원기지로… “사무실ㆍ숙소 한번에 해결”

입력
2018.08.06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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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엔 사람 대신 기업 이름

4년간 130세대에 자리 잡아

연내 10호점 문 열 예정

“매출 나오기까지 임대료 아끼고

창업자 네트워크 형성도 장점”

서준걸(왼쪽) 오투엠 대표와 유정훈 수퍼블리 대표가 5일 서울 성북구 도전숙 4호에 위치한 오투엠 사무실에서 만나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성북구 제공
서준걸(왼쪽) 오투엠 대표와 유정훈 수퍼블리 대표가 5일 서울 성북구 도전숙 4호에 위치한 오투엠 사무실에서 만나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성북구 제공

서울 성북구가 운영하는 창업지원주택, ‘도전숙’ 4호는 8개 기업 창업자들의 집이면서 회사다. 외관은 여느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빌라인데 건물 입구와 현관문마다 세대 호수와 기업명이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하나의 세대가 하나의 기업인 셈이다. 기업 미팅을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복도 한 쪽 줄지어 있는 유모차를 마주하고 놀라기도 한다.

‘오투엠’의 서준걸 대표도 1년 전 도전숙 502호에 둥지를 틀었다. 오투엠은 마스크 사용자가 호흡할 때 느끼는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자체적으로 산소 발생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만드는 업체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시대, 좋은 아이디어라는 확신은 변함 없지만 갖은 비용 부담으로 점철된 창업의 길은 예상보다 험난했다.

서 대표는 “창업 기업은 실질적인 매출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도전숙이라는 이 공간이 주는 의미가 크다”며 “지금 이 정도의 사무실이면 임대료로만 월 100만원은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사무 공간과 거주 공간의 임대료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점에 착안해 2014년 도전숙 사업을 시작했다. 숙소와 사무실로 모두 쓸 수 있는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 주는 게 핵심이다. 서 대표가 입주해 있는 도전숙 4호는 결혼한 창업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부부동으로 59.5㎡(18평) 규모에 월 20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구가 입주할 기업을 선정,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성북구에서 시작한 이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너도나도 벤치마킹 하는 창업 지원 모델의 전국적인 표준이 됐다. 성북에만 현재 총 130세대(기업)가 도전숙에 자리잡았고 연내 도전숙 10호점이 문을 연다. 구는 도전숙을 계속해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값싼 임대료 외 다른 창업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쉽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옆집, 윗집, 아랫집 모두 ‘창업 동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가며 이웃과 정보 공유를 하는 분위기다. 서 대표는 “초기 창업 기업들은 나라장터 과제 같은 정부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먼저 도전했던 분들한테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전숙 3호에 입주해 있는 모바일 인증 서비스업체 ‘수퍼블리’의 유정훈 대표도 “임대료 같은 고정 비용을 줄이고 수시로 상표권이나 특허 쪽 같은 지식재산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북구는 관내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대학(성신여대 창업지원단)-도전숙’을 연계해 창업 기업의 생애 주기에 따른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 단계의 초기 창업 기업을 센터나 대학과의 협업으로 키우다가 사업이 시제품이 나올 수 있는 정도로 정착하면 도전숙에 입주하도록 해 지원한다. 유 대표도 비즈니스센터에 있다 지난 5월 도전숙에 들어왔다.

구는 이 같은 ‘성북 출신’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지역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인범 성북구 일자리경제과 주무관은 “창업 인구가 많아진다는 건 결과적으로 구내 사업체 수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고 부부동 같은 경우 하나 둘씩 아이를 낳는 세대도 생겨나고 있다”며 “도전숙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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