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을 먹는 김모(85)씨는 찜통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밭일을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콩팥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평소 정상 수준(130㎜Hg)이던 수축기(최고) 혈압이 70㎜Hg까지 떨어지는 저혈압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김씨가 먹던 고혈압약은 안지오텐신차단제로, 고혈압은 물론 심장ㆍ콩팥 합병증 예방ㆍ치료 효과가 좋아 널리 처방되고 있다.
그 동안 여름철은 고혈압환자에게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계절이었다. 여름에는 겨울보다 혈압이 비교적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가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압이 급격히 낮아져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안지오텐신차단제는 콩팥의 중요 기능인 혈액여과 작용을 하는 사구체 혈관 압력을 떨어뜨린다. 무더위에 작업ㆍ운동으로 많은 수분ㆍ염분이 땀으로 빠져나갔는데도 제대로 보충하지 않으면 콩팥 기능이 정상인 사람도 사구체 혈관 압력이 너무 떨어져 사구체 여과율이 낮아지고 콩팥 기능도 악화한다.
그런데 고혈압 환자가 수분과 염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안지오텐신차단제를 먹다가 콩팥 기능이 떨어지거나, 혈액 내 나트륨 수치가 낮아져 의식을 잃고 목숨도 위협 받을 수 있다.
임천규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땀 배출량이 늘어나는데 물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크게 위험할 수 있다”며 “평소 싱겁게 먹는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는 땀으로 손실된 양만큼 물과 소금을 보충해줘야 한다”고 했다.
고혈압약에는 심장과 콩팥의 합병증 치료에 우수한 안지오텐신차단제가 들어 있다. 이는 특히 신장 사구체혈관의 높은 압력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어서 처방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물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결국 콩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고령 ▦심한 탈수 ▦콩팥 동맥경화증 환자는 고혈압약을 먹기 전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임 교수는 “앤지오텐신차단제에 이뇨제를 추가한 복합제를 먹는 고혈압 환자가 아주 많은데, 땀 배출이 많은 여름에 복합제를 먹으면 체내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져 의식을 잃을 수 있어 바깥 활동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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