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쫓는다"며 손발 묶고 관 속으로
폭염 속 질식ㆍ온열질환 사망 추정
3년 전 퇴마 모임서 알게 된 사이
3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한 원룸에서 관 속에서 잠을 자다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은 귀신을 쫓는 퇴마의식을 치르던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북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4분쯤 경북 구미시 진평동 B(51)씨의 원룸에서 A(47)씨가 숨져 있는 것을 B씨 등 2명이 발견했다.
B씨 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가 관 옆에 반듯이 누워 있었으며 별다른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 옆에는 묶었다가 푼 것으로 보이는 노끈이 발견됐다.
B씨 등은 "2일 오후 8시쯤 A씨 손발을 묶고 관 속에 들어가게 한 뒤 이불을 덮은 채 관 뚜껑을 닫고 '귀신아 물러가라'는 주문을 외운 뒤 2시간쯤 지나 숨쉬기 힘들다며 관 밖으로 나왔다"며 "곧이어 '조금만 더 참아보라'며 다시 관속으로 들어간 뒤 잠들었다 새벽에 깨어나 보니 숨을 쉬지 않아 끈을 풀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A씨는 3년 전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서 B씨 등을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충청 지역에 살던 A씨는 최근 취업을 위해 구미에 와 B씨 집에 머물던 중 귀신을 쫓으면 몸이 좋아진다는 말에 퇴마의식을 치르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관에 못질을 한 흔적은 없었지만, 숨구멍이 없어 폭염 속에 관 안에서 잠든 A씨가 질식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로 했다.
또 퇴마의식 배후에 이를 지시한 다른 인물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구미=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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