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서비스 대상 확대 차원
“수익구조 다변화… 잠재고객 확보”
기업은행, 최소 수신 실적 낮춰
1000만원 기준서 30만원으로
국민은행도 3억 자산에 PB서비스
준자산가 대상 영업 치열해질 듯
시중은행들이 수억원대였던 VIP 고객 선정 기준을 낮추고 있다. 자산관리서비스 대상을 확대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IBK기업은행은 이달부터 기존 VIP 등급을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골드, 실버, 패밀리 등 총 5등급으로 구분하고 VIP 대상 고객도 대폭 확대했다. 특히 VIP 최소 수신 실적 기준을 1,00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크게 낮추고, 100만원당 5~30점을 부여했던 포인트 제도를 바꿔 100만원당 100점씩 계산하기로 했다. 700포인트를 넘으면 VIP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종전에 기업은행에서 500만원짜리 펀드와 적금에 가입하더라도 합산이 안돼 예금이 1,000만원이 안 되면 VIP로 선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각각 500포인트씩 1,000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어 VIP 패밀리 등급으로 해당돼 수수료 면제 등의 우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다이아몬드 고객도 금융자산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가처분소득이 없는 주부나 사회초년생들도 VIP가 될 수 있다”며 “더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해 자산 관리 서비스를 확대한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40여만명이 VIP로 포함됐다.
VIP 대상 상담 전문인력도 늘어났다. 3년 전 VIP의 금융자산 기준을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크게 낮추면서 VIP 수를 늘린 하나은행은 이들 대상 자산관리 상담 조직인 VIP어드바이저(VA)도 확대하고 있다. 이미 700명의 VA가 각 영업점마다 배치돼 활동중이다. 우리은행도 지난달부터 전국 10개 영업본부에 ‘프라이빗뱅킹(PB)지점장’을 배치해 고객 자산관리 강화에 나섰다. PB지점장을 영업본부로 보내 자산 포트폴리오 교육, 영업 노하우 전수 등 핵심 PB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반 고객들도 심도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PB 서비스 대상 고객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금융자산이 5억원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는 PB 서비스에 준하는 VIP매니저(VM) 서비스를 도입했다. 3억~5억원의 자산 보유 고객 대상으로 만든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KB골드앤와이즈라운지를 상반기에만 14개나 늘려 64곳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도 준(準) 자산가 고객인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이 이용하는 신한PWM라운지 26곳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들의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서 키우느냐에 따라 VIP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지점 등 대면채널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은행들 행보는 이자수익에만 크게 의존하고 있는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고객 자산 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펀드, 보험, 신탁 등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이익은 10조7,587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12조5,759억원)의 85%도 넘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대부분의 업무가 비대면 채널인 디지털 뱅킹으로 해결되면서 온라인에서 제공하지 않는 자산관리서비스를 통해 은행들이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잠재적인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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