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당,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
정당 활동 참여하면 ‘인디토큰’ 지급
지지 법안이나 정치인에 기부하기도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한 토큰(Token) 민주주의는 미국에서도 싹트고 있다. 텍사스주를 기반으로 3월 창당한 ‘인디당’(Indie Party)이 개척자다. 인디당이 발행하는 암호화폐 ‘인디 토큰’(Indie Token)을 고리로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이들은 공화ㆍ민주 양당제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치자금을 무한대로 모금할 수 있는 ‘슈퍼팩’으로 상징되는 금권정치를 몰아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인디 토큰은 인디당 활동에 참여하면 얻을 수 있다. 정치자금 1달러를 기부하면 ‘인디 지갑’(Indie Wallet)에 토큰 20개, 자원봉사 1시간에 토큰 150개를 받는 식이다. 또 인디당 관련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 75개, 지인 15명에게 인디당을 소개하는 문자를 보내면 50개가 주어진다.
인디당 구성원들은 통과를 바라는 입법안 캠페인이나,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토큰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인디당은 특히 토큰을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했고, 나아가 실제 화폐로 환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토큰이 곧 정치자금이 되는 것이다. 설립자인 조나단 젠킨스는 “인디 토큰 발행은 정치자금 모금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직 환전은 안 되지만 교환 기준을 1달러 당 토큰 10개로 설정했고, 향후 시장 원리에 따라 변동되도록 했다. 당이 성장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면 토큰 가격도 수요ㆍ공급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인디당은 가치와 비전을 함께하는 정치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공동체 성격을 띤다. 인디당은 정당을 표방하지만 주식회사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돼 있다. 지난 3월 창당 당시 650만달러(73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인디당의 출현을 두고 미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뜨겁다. 주식회사 형태인 인디당을 정당으로 봐야 할지부터 논쟁거리다. 정치자금법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정치자금 기부나 자원봉사 참여의 대가로 인디 토큰을 주는 문제 또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정치 참여 대가로 금품을 지급할 수 없는데, 인디 토큰을 금품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후보등록에 필요한 유권자 확보에 실패하면서 무위에 그치긴 했지만 젠킨스가 텍사스 주에서 미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도권 정당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텍사스 해리슨카운티 공화당 의장인 해리슨 심슨은 즉각 인디당이 글로벌트러스트그룹 투자를 받은 사실을 들어 “젠킨스와 인디당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며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제소했다.
FEC는 신중한 입장이다. FEC는 인디당과 관련해 제기된 여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일보의 질의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로 정치자금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2014년의 결정 외에 추가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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