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면서 해외에 돈을 뿌린다고 비난했던 산둥(山東)대 퇴임교수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 도중 공안에 끌려갔다고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이 3일 보도했다.
RFI에 따르면 쑨원광(孫文廣) 전 산둥대 교수는 지난 1일 산둥성 지난(濟南)시 자택에서 VOA가 진행하는 방담프로그램과 전화로 인터뷰를 하던 중 문을 부수고 들어온 공안들에 잡혀갔다. VOA 측은 쑨 전 교수가 공안에 끌려가면서 “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쑨 전 교수는 앞서 시 주석이 중동과 아프리카 5개국 순방에 나선 직후인 지난달 20일 공개서한을 통해 “중국은 학교에 못 가고 노후를 보살피기 힘들고 병으로 고통받는 빈곤층이 여전히 많은데 굳이 외국에 가서 돈을 뿌릴 이유가 있느냐”면서 시 주석이 순방 동안 추진할 일대일로 관련 대외원조와 차관 제공, 현지 투자 등을 독재자 지원용이라고 비난했다.
VOA의 이번 전화연결은 쑨 전 교수의 주장과 근거를 들어보려는 시도에서 이뤄졌다. VOA는 쑨 전 교수와의 연락이 끊긴 후 중국 외교부와 산둥대 공안처, 지난(濟南) 현지의 파출소 등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쑨 전 교수는 1934년 산둥성 룽청(榮成)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당시 투옥된 경험이 있고 1982년부터 산둥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4년 퇴임했다. 퇴임 후엔 주로 중국의 인권과 외교정책과 관련해 글을 썼고, 200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등 303명이 발표한 중국의 인권선언문격인 ‘08헌장’에 서명하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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