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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미공개 단편소설, 62년 만에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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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미공개 단편소설, 62년 만에 출간된다

입력
2018.08.0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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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문화유산, 파시즘 벗고 회복할까’ 고민 다뤄

“죽은 뒤 출판해 달라”… 사후 57년 만에 ‘햇빛’

생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모습. 1950년 8월 쿠바 수도 아바나 외곽 ‘샌프란시스코 드 파울라’에 있던 그의 자택에서 찍은 사진이다. AP 연합뉴스
생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모습. 1950년 8월 쿠바 수도 아바나 외곽 ‘샌프란시스코 드 파울라’에 있던 그의 자택에서 찍은 사진이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말년에 저술한 미공개 단편소설 한 편이 이번 주 공개된다. 1956년 작품인 ‘정원이 보이는 방(A Room on the Garden Side)’으로, 그가 사망한 지 57년 만이며, 집필 기준으로는 무려 62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되는 셈이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번 주 발간 예정인 미국 문예 계간지 ‘스트랜드 매거진’ 여름호에 해당 소설이 실린다면서 이 같이 전했다. 뒤늦게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이유는 “내가 죽은 뒤 출판하라”는 헤밍웨이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AP에 따르면 ‘정원이 보이는 방’의 배경은 헤밍웨이가 20대를 보낸 프랑스 파리다. 당시 그가 즐겨 찾은 파리의 최고급 호텔 리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주인공 로버트는 이 곳에 앉아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며 전쟁의 추악함에 대해 얘기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마르셀 프루스트와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프랑스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19세기 천재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의 내용이 요약돼 서술되기도 한다. ‘파리의 문화 유산이 파시즘의 그늘에서 벗어나 회복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소설 속 등장인물의 고민, 다시 말해 작품의 핵심 주제다.

이 작품의 주인공 로버트는 헤밍웨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인물이다. 헤밍웨이는 실제 1921년부터 7년간 파리에서 생활하며 문인들과 교제를 이어갔다. 카페와 술집을 자유롭게 다니며 지내던 당시의 시절을 기록한 회고록(‘파리는 날마다 축제’)이 그의 사후 3년 후인 1964년 출간된 적도 있다.

평론가들은 ‘정원이 보이는 방’이 헤밍웨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낯선 느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스트랜드 매거진’ 편집장 앤드루 F. 굴리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파리가 해방된 직후를 배경으로, 헤밍웨이의 ‘파리 사랑’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매년 헤밍웨이 문학상을 시상하는 단체 ‘헤밍웨이 소사이어티’ 멤버인 커크 커넛도 “독자들이 헤밍웨이 작품에서 좋아하는 단골 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다”고 했다. 파리는 물론, 전시(戰時), 프랑스 문학에 관한 담론, 와인, 전쟁의 상흔 등이 작품 소재들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헤밍웨이 작품을 관통하는 화두였다. 세계 제1차 대전이 벌어지던 1918년 자원입대한 그는 구급차 운전기사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됐고,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썼다. 스페인 내전과 제2차 대전은 ‘신문기자’로서 취재했고, 파리가 나치 독일에서 해방된 1944년 현장에 있기도 했다. 자신의 2차 대전 경험을 토대로 말년 10년간 단편 5개를 썼는데, ‘정원이 보이는 방’도 그 중 하나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들을 1956년 출판인인 찰스 스크리브너에게 보내면서 편지에 “다소 충격적일 텐데, 정형적이지 않은 군인들과 전투,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가 죽은 후에 출판해 달라”고 적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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