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던 신일그룹이 설립 두 달 만에 문을 닫았다.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챈 뒤 회사 문을 닫는 전형적인 ‘먹튀’ 사기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용석 신일그룹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사회 구성원이었던 류상미 전 신일그룹 대표를 포함, 이사 2명이 모두 우편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직원들도 대부분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을 비롯해 이사들이 사의를 밝히면서 돈스코이호 인양작업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혼자서 인양 사업을 할 수도 없고, 회사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일그룹은 지난 6월 1일 설립된 이후 지난달 26일 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하고 법인등기를 마쳤다. 기존에는 류 전 대표가 지분 7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었지만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면서 최 회장이 대표로 있는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사회는 최 회장을 비롯해 류 전 대표, 씨피에이파트너스 직원 등 3명으로 구성됐다.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 관계 당국은 신일그룹의 가상통화 투자 사기와 시세조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강서경찰서는 전날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회장인 유지범씨에 대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지난달 30일에는 최 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에게 출국금지 조치했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돈스코이 인양을 앞세워 자금을 모집하고, 국내 신일그룹은 인양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을 공개하면 코인 한 개당 1만원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최근까지 100~200원대에 판매했다. 하지만 다음달 가상통화공개(ICO)를 추진하고 있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변변한 사무실도 없는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등기 상 납입 자본금은 1 싱가포르 달러(약 800원)에 불과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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