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민아는 김지운 감독과의 첫 만남이 영 불편했다. 영화 ‘달콤한 인생’ 출연 문제로 김 감독이 불러 나갔더니 김 감독의 표정이 시큰둥해 보여서다.
“말수도 없고 사람 대하는 것도 서툰” 김 감독이지만 ‘배우복’은 참 많다. 그는 송강호, 이병헌과 각각 네 작품이나 함께했다.
김 감독은 술보다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김 감독이 식물이라면, 송강호는 동물 같은 사람에 가깝다. 충무로에서 소문난 주당인 송강호와 김 감독은 어떻게 친해졌을까.
인연은 1997년쯤으로 올라간다. 김 감독은 한석규의 매니저로부터 송강호를 추천받았다. 영화 ‘넘버3’를 본 뒤 바로 송강호를 ‘조용한 가족’에 캐스팅했다. 협업은 ‘반칙왕’으로 이어져 ‘밀정’까지 계속됐다. 김 감독은 “송강호와 난 서로 신인 때부터 작업해 한국 영화 전성기를 같이 지나와 동지애가 있다”며 웃었다.
이병헌은 김 감독을 “내게 담배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애증의 관계란 뜻이다. 김 감독이 격조 있는 만듦새로 신뢰를 주지만,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 등의 촬영이 너무 고됐던 탓이다. 김 감독에게 송강호와 이병헌은 “내 양면을 대변해 주는 사람”이다. 이병헌이 연기한 ‘달콤한 인생’ 속 선우가 김 감독과 제일 닮았지만, 송강호는 김 감독의 숨겨진 유머를 맛깔스럽게 살려주는 다른 반쪽이라는 설명이었다.
김 감독은 정우성과의 인연도 깊다. 두 사람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11년 만에 ‘인랑’에서 재회했다. 김 감독은 “정우성이 미남 배우에서 소신 있는 배우로 나이를 먹어가고 있더라. 조지 클루니처럼 될 것 같다”며 그의 성장을 흐뭇해했다.
김 감독의 누나는 유명 연극배우 김지숙이다. 둘은 만나면 한숨만 쉬는 사이다. 결혼 얘기는 금물. 그래도 피붙이밖에 없다. 김 감독과의 인터뷰 소식을 접한 김지숙은 동생에 대한 응원을 당부하는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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