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관련
전 현직 판사 영장은 모두 기각
“같은 혐의에 다른 잣대” 비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청와대와 거래 의혹이 불거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 배상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이 외교부를 압수수색했다. 법원은 이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중 외교부 것만 내주고, 관련된 전ㆍ현직 판사 영장은 모두 기각해 다시 한 번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초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내 국제법률국과 동북아국, 기획조정실 인사담당 부서 등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 부서들은 일본 강제동원ㆍ위안부 피해자 소송 및 법관의 해외공관 파견 관련 자료 등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강경화 장관 등 고위 간부들이 대거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외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빈집털이 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된 전ㆍ현직 판사 및 법원행정처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모조리 기각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검찰은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과 이 소송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전ㆍ현직 판사 4, 5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튿날 모두 기각됐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문건들은)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나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2013년 9월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 문건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해당 소송들을 검토해야 한다는 외교부 측 민원과 ‘판사의 해외 공관 파견’ ‘고위 법관 외국 방문 시 의전’을 고려해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을 두고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외교부에 대한 영장은 발부하면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심의관이나 법원행정처에 대한 영장을 안 주는 건 수사를 하지 말라는 법원의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시작 이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제외한 모든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서울중앙지법 측은 “최근 기각된 법원 구성원에 대한 영장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된 것”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 행태라고 비판하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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