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해 55구 하와이 안착
3번째 친서에도 “멋진 표시” 감사
2차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 높여
봉환식 참석한 펜스 부통령
“평화 노력 진전… 아직은 시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 번째 친서를 전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답보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튿날인 2일 김 위원장에게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안인 미군 유해 송환 약속을 이행하고, 새로운 서한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를 공개적으로 표했다. 북한 측의 ‘성의 표시’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내면서 적극 화답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위터에서 “우리의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전몰자 유해를 고향으로 보내는 과정을 시작하고 약속을 지킨 데 대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나는 당신이 이런 친절한 행동을 취한 게 전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또한 멋진 편지를 보내줘 감사하다. 곧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북한으로부터 인도받은 미군 유해 55구가 전날 하와이주 히캄 기지에 안착해 한국전 정전 6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데 대해 공개적인 감사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올린 트윗에선 유해 봉환식을 두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행사였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김 위원장의 편지는 당초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 불분명했다. 때문에 지난달 12일 트윗으로 전격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한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이 ‘1일 받은 편지’라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미의 두 정상 간 ‘친서 정치’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과 관련, “곧”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이번 서한에 김 위원장이 2차 회담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 같은 북미 정상간 공개적인 메시지 교류가 지지 부진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로 작용할지는 지켜 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 측은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없는 종전선언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협상 진전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만류에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두고 북미간 협상의 물꼬가 트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은 단순한 독려 차원에 그칠 수 있다. 6ㆍ12 정상회담 성사 때와 마찬가지로 2차 정상회담도 ‘리얼리티 쇼’ 진행처럼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겪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일단 답보 상태였던 북미관계는 유해 송환으로 훈풍이 감돌고 있다. 1일 오후 하와이주 히캄 공군기지에서 열린 유해 봉환식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서 구체적인 진전을 보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이라며 “우리의 스러진 모든 영웅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전 참전 용사를 부친으로 둔 펜스 부통령은 “일부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르지만, 이 영웅들이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 입증됐다”며 “오늘 우리의 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감격해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 영웅들과 가족들에게 큰 빚을 졌다. 그들의 희생은 잊혀지지 않았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의 일부를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군 대형 수송기 C-17 글로버마스터 두 대로 히캄 기지에 이송된 미군 유해는 성조기로 덮인 금속관에 실려 수송기에서 내렸다. 펜스 부통령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지켜보는 가운데 해병대, 해군, 육군, 공군 등 미군 각 군을 대표하는 병사 1명씩 4인 1조로 금속관을 하나씩 운반했으며 행사에 참석한 유족 일부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미국 땅을 밟은 유해는 DNA 검사 등 신원확인 작업을 거친 후에 유족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북한 땅에는 아직 5,300여구의 미군 유해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가 공동 유해발굴 재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6ㆍ25전쟁 전투지역 중 북한 평안북도 운산군과 청천강 일대에 가장 많은 유해(약 1,495구)가 묻혀 있다고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보도했다. 두 지역에 더불어 장진호 일원, 압록강 인근 포로수용소에 각 1,000~2,000구가량 매장된 것으로 미 국방부는 보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ㆍ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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