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말
박완서 지음
마음산책 발행·200면·1만5,000원
‘한국문학의 거목’인 소설가 박완서(1931~2011)는 누군가를 가르치지 않았다. 아는 것을 넘어서거나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억압과 이념이 없는 세계를 꿈꾸는 자유민주주의자로 담백하게 삶의 통찰들을 전했다. 경험에서 배어 나온 말은 펜 끝에서 맛깔난 문장으로 살아났다. 1970년 장편소설 ‘나목’으로 등장해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글이 시들지 않는 이유다.
그의 딸 호원숙 작가는 어머니의 서재 깊은 서랍 속에서 손수 스크랩해놓은 인터뷰 기록들을 발견했다. 그중 한 번도 출판되지 않은 1990년대 대담 7편을 묶었다. 시인 고정희, 수필가 피천득, 문학평론가 정효구 김경수 황도경, 소설가 공지영, 여성학자 오숙희 등이 박완서를 만났다. 마흔 살에 소설가 인생을 열어준 ‘나목’의 이야기부터 개인적 삶과 문학적 삶 사이의 고민, 여자와 어머니 사이의 모순 등 소박한 일상의 관조들이 흘러나온다. 우리 할머니처럼 친근하게 풀어내는 옛날이야기에는 완숙한 인생의 맛이 묻어난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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