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데뷔 이후 어느덧 데뷔 8년차를 맞이한 박서준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마녀의 연애’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쌈, 마이웨이’ 등 드라마뿐만 아니라 ‘청년경찰’ ‘뷰티 인사이드’ 등 그가 선택했던 영화 역시 흥행작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최근에는 tvN ‘윤식당2’에서 뇌섹남 만능 일꾼의 면모까지 보여주며 예능 포텐까지 터트리는 데 성공했다.
‘윤식당2’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다작 행보를 이어간 박서준은 이번 작품까지 또 한 번 성공으로 이끌며 믿고 보는 ‘흥행 보증수표’ 다운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일단은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주신 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영광이었어요. 작품을 하는 입장에서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저희 작품을 봐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거든요. 매 작품들이 잘 될 거라고 예상하고 출연하는 것은 아닌데, 많이들 좋아해주신 것 같아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제 자신도 많이 성장한 것 같고, 현장에서 배운 것들도 많았어요.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앞으로의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작품으로 남지 않았나 싶어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원작의 팬층이 두터웠던 만큼 배우들에게는 힘든 도전이었다.
“이영준이라는 캐릭터가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요. 그런 친구를 어떻게 말이 되게 표현하느냐가 큰 숙제였죠. 굉장히 과한 설정들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풀어 가느냐가 어려운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톤을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웹툰 등으로 볼 땐 상황을 인지하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실사화를 하다보면 말투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었죠. 굉장히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서, 세 달 반 동안 짧다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고민을 하면서 잘 표현해 낸 것 같아서, 물론 아쉬운 부분들도 많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박서준의 고민 덕분에 생명력을 얻은 이영준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극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 성적 역시 최고 시청률 8.6%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 ‘김비서가 왜 그럴까’ 팀은 이번 달 기분 좋은 포상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이러한 호평은 종영 다음날 보도된 박민영과의 열애설이 박서준에게 더욱 아쉽게 다가온 이유였다.
“작품이 조명 받아야 할 시기에 저와 박민영 씨의 이야기로 시선이 집중되면서 아쉬웠죠. 저도 제 이야기니까 관련된 글들을 꽤 찾아봤는데, 굉장히 짜깁기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작품이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더 부풀려지게 된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마녀의 연애’ ‘그녀는 예뻤다’ ‘쌈, 마이웨이’에 이어 ‘김비서가 왜 그럴까’까지 다양한 로코물에 출연하며 ‘로코 장인’으로 거듭난 박서준은 이 같은 수식어에 대해 “감사한 일인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제가 늘 말씀드리는 게 연기를 하면서 제가 만족하는 것 때문에 하는 것도 있지만, 이 드라마를 찾는 시청자 분들, 관객 분들이 제가 하는 것들을 선택해서 보셨을 때 그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짧은 시간이지만 웃음과 눈물을 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연기자로서의 또 하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로코라는 장르에서 제가 부각이 되었기 때문에 수식어라는 게 생긴 것 같은데, 정말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청년경찰’ ‘악의 연대기’처럼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려고 하고 있어요. 다음 작품도 로코가 아니고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죠. 언젠가 이런 수식어가 사라지면 아쉬울 것 같긴 해요.”
박서준은 데뷔 이후 큰 공백기 없이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는 연예계 ‘다작 요정’ 중 한 명이다. 휴식 시간 없이 연기를 이어오고 있는 박서준에게 이유를 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연기가 제일 좋았어요. 연기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재미있고, 연기를 할 때 제가 살아있는 것 같고 필요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 이유 때문에 자꾸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 덕분에 힘을 얻는다는 시청자 분들의 댓글을 보면 되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가 잘 하고 있나보다’ 싶더라고요.(웃음) 그런 분들을 보면 연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개인적인 만족이 가장 큰 게 연기라는 건 당연한 거고요. 또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이 너무 좋은 것도 있어요. 뭔가를 만들어 나갈 때 저의 생산적인 모습을 통해 만족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체력적으로 무리가 오긴 하더라고요. 원래 30살이 되면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했는데, 작품을 계속 하다보니 아직까지 못 받았어요. 그런데 최근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을 때가 있어서 ‘휴식을 할 때가 왔구나’ 했어요. ‘화랑’ 때부터 영양제를 20개씩 챙겨먹고 있는데, 그러니까 조금 낫긴 하더라고요.(웃음)”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촬영하면서 유난히 체력적 한계에 많이 부딪히면서 ‘작품을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는 박서준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또 많은 팬 분들께서 걱정하실까봐 우려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한 번 쉬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순간을 버티고 이겨내 보니 올해는 그런 고비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목표요? 앞으로도 프로 정신을 발휘해서 체력 안배를 잘 하면서 작품을 해 나가는 게 과제이지 않을까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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