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북미 관계 물꼬 위해
조기 개최 땐 장소 판문점 유력
가을로 늦춰지면 대형 회담 예상
‘文대통령 개마고원 트레킹’ 등
평양서 파격 이벤트 준비할 수도
청와대가 8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형식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남북 정상은 4ㆍ27 정상회담 때 가을 평양 회담에 합의했지만, 최근 우리 정부는 교착 상태의 북미 비핵화 협상에 물꼬를 트기 위해 8월 조기 개최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청와대도 최근 공개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8월 개최)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북쪽과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8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장소는 판문점이 유력하다. 애초 계획한 평양 방문을 위해서는 의전 및 경호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차 정상회담 때처럼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비핵화 일정 및 종전선언 등 최우선 현안만 논의하는 약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1차 회담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2차 회담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기 때문에 3차 회담 장소는 다시 남측 평화의집이 될 공산이 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다음날인 5월 27일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도 했다. 남북 정상이 수시로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둔 것이다.
3차 회담이 8월 이후인 가을에 열릴 경우 4ㆍ27 회담 때처럼 의전과 의제, 이벤트를 두루 갖춘 대형 회담이 될 전망이다. 방북단 규모도 수백명에 달하는 매머드급이 될 것이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도 장관, 국회의원, 경제인, 종교ㆍ시민사회 대표, 언론인 등이 포함돼 방북인원이 300여명에 달했다.
북한이 파격 이벤트를 준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은 2차 정상회담에서 “좋은 열매를 키워 가을 초에 평양으로 오시면 대통령 내외분을 성대하게 맞이하겠다”고 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이 4ㆍ27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직접 거론한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의 꿈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다만 개마고원과 백두산은 정상회담이 열리는 평양에서 거리가 멀고, 북한의 철도ㆍ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대안으로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개성공단 방문이 거론된다.
3차 회담이 개최되면 남북 정상의 관계가 사실상 셔틀회담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는 물론 삐걱대는 북미관계를 풀기 위해 언제든 수시로 편하게 만나는 방식이 정착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8월 약식 회담으로 북미관계를 진전시킨 후, 가을 평양에서 다시 4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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