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4년째 세계 교역 증가율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주도해온 선진국의 수요 증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연구팀(최문정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김경근 조사국 과장)은 2일 보고서 ‘선진국 수입수요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2000~2016년 선진국을 대표하는 주요 7개국(G7,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수입수요 증감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 G7 수출이 얼마나 탄력적으로 변했는지를 분석했다. G7이 내수 및 수출을 위해 수입을 1%포인트 늘릴 때 우리 수출도 1%포인트 늘어나면 수출탄력성이 1이고, 수출 증가율이 1%포인트에 못 미치면 수출탄력성은 1을 밑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대 G7 수출탄력성은 금융위기(연구에선 2008년 3분기~2009년 1분기로 설정) 이전엔 2.22였지만 위기 이후엔 0.90으로 급감했다. 예전에는 G7의 수입수요가 1%포인트 늘면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이 2.2%포인트 증가하며 우리 수출경제가 선진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이젠 그러한 연계성이 크게 약화됐다는 의미다.
G7의 수입수요를 민간소비, 공공소비, 투자, 수출로 나눠 살펴보면 특히 투자 부문에서 우리나라 수출탄력성이 급감(위기 이전 1.02→이후 0.62)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문정 위원은 “투자는 수입집약도(수입 의존 비중)가 가장 높은 부분으로, 특히 자본재 수입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며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 최종재나 중간재 형태의 자본재인데 이 부문의 선진국 수출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진국 경제 성장이 우리 수출을 늘리는 효과가 약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지 못하는 형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수출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세계 교역 증가율을 상회했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관계가 역전됐다. 2014~2017년 세계 교역 증가율이 3.8%→2.7%→2.3%→4.9%를 기록하는 동안 우리나라 상품수출 증가율은 1.1%→-1.6%→2.1%→3.8%로 내내 세계 수준을 하회했다. 보고서는 “향후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확대되더라도 우리의 대 선진국 수출의 급격한 성장세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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