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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기자의 교과서 밖 과학]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핵폭탄을 터트리자고 주장한 이유

입력
2018.08.04 10:00
수정
2018.08.05 22: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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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 무인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을 탐사하고 있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 무인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을 탐사하고 있다. NASA 제공

“인류가 지구에 머물려 한다면 미래는 없다. 우리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우주뿐이다.”

지난 3월 타계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생전에 ‘지구가 한계에 도달했으며 인류 생존을 위해선 우주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인류가 지구를 떠나야 한다면 정착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화성이다. 지구에서 비교적 가깝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ㆍ유럽우주국(ESA)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화성탐사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인로봇 큐리오시티를 보내 화성 표면을 탐사 중인 NASA는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인사이트도 쏘아 올렸다. 오는 11월 26일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인 인사이트는 화성에 착륙한 다음, 땅 밑을 굴착해 지진파를 탐지하고 열의 흐름을 조사할 계획이다. 화성 땅속 탐사에 나서는 건 인사이트가 처음이다. 최근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과 함께 화성ㆍ달 탐사에 쓰일 소형 원자로(킬로파워) 개발도 마쳤다. 이 소형 원자로는 우라늄 235를 이용해 최대 10㎾의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기 유인 우주탐사에 필요한 전력을 얻기 위해서다.

ESA와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MOS)이 2016년 발사한 가스추적궤도선(TGO)은 현재 화성 상공 400㎞에서 대기 중의 메탄가스를 탐지하고 있다. 메탄은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 줄 기체다. 2021년에는 큐리오시티와 같은 무인 탐사로봇을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들도 화성에서 생명체가 살았거나, 살 수 있을 거란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화성 남극에서 북쪽으로 500㎞ 남짓 떨어진 지역의 1.5㎞ 지하에서 길이 20㎞에 달하는 호수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액체 상태의 물을 대규모로 발견한 건 처음이다. 마실 수 있는 물은 생명활동의 필수 조건인 만큼 우주 생명체 발견에 한 걸음 다가간 셈이다. 이전까지 물의 존재를 확인한 연구결과는 주로 과거 물이 흐른 흔적이나 얼음을 발견한 것이었다. 큐리오시티는 화성 토양에서 탄소ㆍ황ㆍ수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유기화합물을 확인하기도 했다. 유기화합물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재료다.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 6월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소극적 방법을 넘어, 아예 화성을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자는 급진적 방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테라포밍(terraforming)’으로 불리는 이 방안은 지구ㆍ흙ㆍ땅이란 뜻의 영단어 테라(terra)와 성형이란 의미의 포밍(forming)을 합성한 단어다. 화성은 대기층이 매우 얇아 평균 기온이 영하 63도(지구는 영상 14도)에 달할 정도로 낮다. 화성 땅속과 극지방 얼음 속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방출시켜 대기층을 두껍게 하고, 평균 기온을 높이자는 게 테라포밍의 골자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온난화가 화성에선 인류를 구원할 방법인 셈이다.

2024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공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라포밍 방안으로 핵폭발을 제안했다. 그는 2015년 미국의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인류가 화성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화성 극지방에 핵폭탄을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폭발로 극지방 얼음 속에 갇힌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방출시키자는 얘기다.

이와 대칭점에 서 있는 게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이용한 점진적 테라포밍 방안이다. 유명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1961년 사이언스에 제시한 것으로, 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화성 극지방에 보내 번성시키는 게 핵심이다. 어두운 색을 띠는 해당 미생물이 서식지를 넓혀갈수록 화성 지표면이 흡수하는 태양열이 많아져 극지방의 얼음이 녹게 된다. 이를 통해 얼음 속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날려 보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이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성을 따듯하게 만들어 줄 이산화탄소 총량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화성 탐사 결과를 바탕으로 화성 땅속과 극지 얼음에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추정했다.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모두 증발시켜도 평균 기온을 10도밖에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연구진은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화성을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 때문에 외부효과를 이용한 테라포밍 방안이 나오고 있다. 화성에 온실효과가 큰 프레온가스(CFC) 등을 방출하는 공장을 세우거나, 얼음ㆍ유기물질을 다량 함유한 소행성과 충돌시켜 화성에 바다와 대기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은 “화성에 있는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면 식수와 산소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며 “화성을 제2의 지구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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