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세운 시설에서는 장애인수당으로 예배헌금 1800만원 내기도
인천 강화군과 강원 화천군 소재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에게 설거지 청소를 시키는 등 부당 노동을 강요하거나 수급비를 빼돌려 건물증축, 시설장 퇴직금으로 유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직권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 등을 권고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천 강화군 소재 A장애인시설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200㎡ 규모 텃밭에서 감자 고구마 배추 등 작물을 재배하거나 청소 빨래 등을 시키면서도 명절수당 5만원을 지급한 것 외에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2016년, 2017년에 시설 거주 장애인들은 2만~4만원 정도 품삯만 받고 인근 농가의 고구마 수확 작업에 동원되거나 인근 교회에서 한 달에 1, 2회 청소 및 정원관리를 해야 했다.
이에 A시설 관리자는 “본인 스스로 원하는 일이었고 A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마을 주민들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임금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피해 장애인은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밭일을 했고 대가를 받지 않거나 받아도 시설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A시설은 또 장애인들의 기초생활수급비 등이 입금되는 통장을 동의 없이 관리하며 전 시설장의 퇴직금 명목으로 300만원, 건물 증축 비용으로 1,000만원을 인출해 사용했으며 장애인을 시설 대표의 자택 주소로 위장시켜 주거 수당을 5년간 부정수령하기도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의 주거수당이 A시설이 소재한 강화군(월 10만6,000원)보다 대표 거주 지역(월 25만원)이 높은 점을 노린 것이다.
목사가 운영하는 강원 화천군 소재 B시설에서는 거주 장애인 29명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수당 입금 통장을 생활재활교사들이 관리하면서 월 1회 2만원, 주 1회 3,000원씩 일괄 인출해 예배 헌금 등으로 사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헌금에서 빼 사용한 금액은 1,800만원에 달했다.
B시설장은 별도 개인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이 입소할 때마다 1인당 월 30만~50만원의 생활비를 납부하기로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2007년 신축한 장애인거주시설 생활관 일부를 시설장 부부의 사택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A시설에 대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금지법,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강화군수에게 특별지도감독과 행정처분을 권고했다. B시설은 부당 집행한 보조금 환수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해 고발조치는 하지 않고 화천군수에게 행정처분을 권고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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