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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입고 때도 유령주식 만들 수 있었다… 증권사 거래시스템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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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입고 때도 유령주식 만들 수 있었다… 증권사 거래시스템 허술

입력
2018.08.02 12:00
수정
2018.08.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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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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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의 112조원어치 유령주식 발행 사태를 계기로 전 증권사를 상대로 점검을 벌인 결과 다른 증권사들도 실제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을 계좌에 입고하는 일이 시스템상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삼성증권과 비슷한 금융사고가 터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나아가 점검 결과 국내 모든 증권사의 주식매매 전산시스템에서 금융사고 위험이 잠재된 허점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일 이런 내용이 담긴 ‘증권사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삼성증권 사고를 계기로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32개 증권사와 코스콤(금융사 전산인프라 구축하는 전산전문회사)을 상대로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 현장점검을 벌였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32개 증권사 중 완벽히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상당수 증권사에선 실제로 발행하지 않은 주식을 계좌에 입고하는 일이 시스템상으로는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실제 유령주식이 발행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김진국 금감원 부국장은 “설령 유령주식이 발행됐더라도 사후에 예탁결제원이 주식 총발행수를 대조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잡혔을 것”이라며 “다만 시스템상으론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이참에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려 한다”고 말했다.

유령주식 발행이 가능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증권사가 고객 주식을 실물로 입고할 때와 주식을 대체 입출고 할 때다. 모두 직원이 직접 주식 수량을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입고수량을 잘못 입력할 경우 유령주식 발행이 가능하다.

실물 입고는 투자자가 증권사 객장을 찾아 종이로 된 주식증권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계좌에 주식을 입고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주식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요즘에도 여전히 실물 입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고객이 주식을 실물입고 하면 예탁결제원이 증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주식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예탁결제원의 확인 통보, 책임자 승인 등의 절차를 밟지 않고 실무 담당자의 입력만으로 이 과정을 처리한다. 예컨대 담당자가 100주를 입고해야 하는데 실수로 단위를 잘못 입력할 경우 발행주식수를 훨씬 초과하는 100만주를 입고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객이 실물주식을 입고해 달라고 요청하면 예탁원 확인 전까지는 자동적으로 매도가 제한되는 방안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한 수량은 입고되지 않도록 증권사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일부 증권사에선 주식 대체 입출고 때 유령주식 발행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주식 대체 입출고를 할 때 예탁원을 통해 증권사 간 데이터를 자동으로 송수신하는 시스템을 이용한다. 이 과정이 전산으로 이뤄질 경우 발행주식 수보다 많은 주식이 입고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일부 증권사는 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다 보니 직원의 착오입력에 따른 금융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김진국 부국장은 “대체 입출고의 경우에도 실물입고와 마찬가지로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한 수량의 입고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이런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다 보니 수작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대체 입출고 때도 시스템상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하는 수량의 입고가 차단되도록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증권사에선 기관투자자들이 대량ㆍ고액의 주식매매를 주문할 때 ‘팻 핑거(fat fingerㆍ주문 실수)’를 하더라도 경고메시지 전송이나 주문보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상으론 주문금액이 60억원을 넘기거나 상장주식 수의 3%가 넘는 주식을 주문할 땐 일단 주문보류 메시지를 띄우고 주식수량을 확인한 뒤 매매를 승인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다 보니 착오주문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해외주식의 대량ㆍ고액 주문 땐 아예 협회 모범규준 적용이 배제돼 있다. 금감원은 기관투자자들이 일정 수량 이상의 주식을 거래할 땐 협회 모범규준에 따라 일단 주문보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앞으로 증권사의 내부통제 미비 사고는 강력 조치할 계획”이라며 “연내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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