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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개’와 ‘개집’

입력
2018.08.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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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은 반대하면서 왜 다른 가축을 먹는 건 반대하지 않나요?” 개와 일반 가축이 다르지 않으니 개를 특별히 취급하는 건 문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축의 가치는 결국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 그런 점을 감안하여 개 식용의 논리를 가다듬다 보면,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처럼 개 식용의 논리가 정교해지는 건 역설적으로 개가 일반 가축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개의 특별함은 그와 관련한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생활하기 위해 만든 건물을 ‘집’이라 하지만, ‘집’은 짐승이 들어가 살기 위해 만든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새집’. ‘개미집’ 등처럼. 그런데 짐승이 들어가 사는 곳이더라도 사람이 그 짐승을 기르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 이것을 가리키는 말로 ‘우리’나 ‘장(欌)’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돼지우리’나 ‘염소 우리’, ‘새장’이나 ‘닭장’ 등처럼. ‘집’에는 ‘사는 곳’이란 뜻이, ‘우리’나 ‘장’에는 ‘가둬 기르는 곳’이라는 뜻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 말, 개’처럼 ‘우리’나 ‘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즉 가둬 기른다고 말하기 어색한 가축이 있다. ‘외양간, 마구간, 개집’은 이런 가축을 위해 만들어진 말. ‘소, 말, 개’가 일반 가축과 달리 취급되어왔음을 이 말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외양간이나 마구간과 달리 ‘개집’이란 말에는 ‘기르기 위한 곳’이라는 뜻도 없다는 점이다. 가둬두는 곳도 기르는 곳도 아닌 ‘개집’은 개와 인간의 특수한 공생 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니 ‘개우리’나 ‘개장’이 부자연스러운 우리는 ‘식용견’이란 말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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