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제발 도와달라… 조국은 한국”
페이스북에 피해자 호소 동영상 공개
납치세력 곧 접촉 전망… 청해부대 급파
지난달 리비아에서 한국인 1명이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돼 1일 현재 27일째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납치 세력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이들이 요구 조건을 제시하며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7월 6일(현지시간)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무장 민병대가 한 현지 회사의 캠프에 침입해 물품을 강탈하고 한국인 1명, 필리핀인 3명을 납치했다. 이 사실은 사건 직후 회사 관계자가 신고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한 달이 돼가지만 현지 지방 부족 세력 산하 세력일 것으로 짐작되는 이 민병대가 뭘 원하는지조차 아직 모른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리비아 유력 매체 ‘218뉴스’의 페이스북 계정에 피해자로 보이는 이들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2분 43초 분량의 영상에서 한국인 추정 중년 남성은 영어로 “대통령님, 제발 도와달라. 내 조국은 한국”이라고 말했다. “너무 많이 고통 받고 있다. 나로 인해 아내와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하다”고도 했다.
동영상에는 납치 세력 일원인 듯한 사람이 총을 든 채 피랍자 주변에 서 있는 모습도 담겼다. 동영상이 촬영된 시점이나 누가 찍어 언론사에 제공했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이한 건 이번 동영상에서 납치 세력이 자기 신원,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영상이 공개된 만큼 납치 세력 측이 조만간 요구 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관상 피랍자 건강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당국자는 덧붙였다.
납치범과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는 건 아니다. 주(駐)리비아대사관은 신고 접수 직후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지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리비아 외교부ㆍ내무부 등과 접촉해 협조를 요청했다. 더불어 납치 세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지 부족 세력 등을 통해 다각도로 구조 노력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사건 발생일 저녁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도 인근 해역으로 급파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올 3월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한국인 3명이 해적 세력에 납치됐을 때에도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출동시킨 바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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